기록문학 62

귀찮음을 이기는 방법

나는 천성이 게으르다. 그러나 생산으로 돌아가는 인간 세상은 끝없이 근면할 것을 강조한다. 내가 그 요구에 성공적으로 응했던 몇 가지 사례들을 정리해보고, 다음에도 근면해져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꺼내먹으려 한다. 1. 마실거리를 떠 놓는다. - 노트북으로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고 치자. (과제, 지루한 줌강의 등) 항상 옆에 커피든 차든 머그컵에 떠 놓고 시작한다. 그리고 좀이 쑤실 때마다 마시는 거다. 두뇌 회전을 위해 수분 내지 카페인을 공급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사실 음료를 준비하는 행위(물 끓이기, 티백 타기, 원두 갈기)와 일에의 착수를 연결시키는 의식이다. 봉준호 감독은 촬영장에 항상 에스프레소 머신을 준비해놓는다고 한다. 나도 그래보고 싶긴 한데 카페인 중독에 그날 바로 걸려..

기록문학 2020.10.04

대학생활이 싫다

나는 내 처지를 내가 개척해야 하는 환경에서 잘 살아남는 타입인가 보다. 과거에서부터의 끈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 대학생활은 나를 팔짱 끼고 바라보며 관찰자의 입장으로만 만들어놓을 뿐이다. 난 언제나 어떤 상황에 놓이면 그것의 가장 중요한 목표만으로 달려간다. 군대는 전역이, 대학교는 학술과 졸업이, 알바에서는 사장의 주머니에 돈을 꽃아주는 일이 그것이다. 그것들이 쟁취된, 혹은 쟁취가 가시권에 들어온 다음에야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잘 지내고 싶어한다. 이게 대체 첫 문장과 뭔 상관이냐? 과거에서 온 끈이 주변을 보려는 나의 시선을 가린다. 다들 자신들만의 과거를 늘어놓으며 추억에 잠기고 그걸 바탕으로 비전을 형성한다. 남의 역사에 이래라저래라하지 않는 속성의 나는(내 역사가 이래라저래라를 심하게 당할 ..

기록문학 2020.09.22

도서부원(약웃김)

나는 고등학교 때 그럴듯한 동아리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학교를 성실하게 다닌 것 같은 결과값의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정작 내 학교생활은 여러 곳에 구멍이 나 있다. 동아리가 잘 이루어졌을때의 가치를 알아서 그렇게 느끼는 거다. 중학교 땐 그럴듯한 동아리가 있었다. 바로 학교 도서관을 관리하는 도서부원이었다. 지금이야 찐따 1픽 스펙이지만, 그땐 나름 권위의 상징이었다. 지도교사가 워낙 군기를 잡고 독불장군이어서 애들도 따라 조폭화되었던 걸수도 있다. 확실히 도서도우미 완장을 달고 교실마다 쳐들어오면서 책 반납하라고 불호령을 치고 나가는 선배들의 모습은 뭔가 좀 무서워보였다. 그럼 중학교 초반엔 하나의 찌끄레기였던 내가 어떻게 그런 완장질을 할 수 있었는가? 간단히 뭉뚱그리면 '능력주의 채용'으로 볼 수..

기록문학 2020.09.12

밤에 쓰는 글

잠이 너무 안 온다. 읽을 책도 없다. 누우면 침대가 눅눅하고 온도는 추움과 더움의 양극을 오간다. 코감기까지 걸려서 체온조절이 더 안되는 것 같다. 뭔갈 하다가 지쳐 수면욕이 내 몸에 가해지는 불편을 이길 때까지 기다렸다 잠들어야 한다는 처지가 역겹다. 그리고 지금도 그 짓을 하고 있다. 요즘 나는 강제개행을 하는 식으로밖에 글쓰기를 못 하나 보다. 좋은 연설문이지. 내 인생에 연설은 없을 거라고 점쳐놓은 시절 써놓은 글은 문단 구성이었다. 모든 걸 설명하려 했고 모든 걸 조심했다. 자진해서 세상 속에 은둔하길 원했던 그때로 돌아가길 원치 않으면서도, 그때만큼 순수한 태도로 생각과 탐색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현재의 한계가 아쉽다. 나는 매우 최근에 갖게 된 이 외향적인 태도가 앞으로의 내 삶에 가능성을 ..

기록문학 2020.09.12

제가 3년동안 쓴 시로 시집을 냈습니다. <삐딱선 상/하>

삐딱선 상 배짱이처럼 사는 것과 배짱이처럼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배짱이처럼 살면서 개미처럼 생각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고, 개미처럼 살면서 배짱이처럼 생각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www.bookk.co.kr 삐딱선 하 지금껏 난 정좌한 채로 별들을 관조하며 이건 옳다 그르다 해왔다. 발칙하지만 요즘은 나는 달나라 하나라도 가기 위해 우주선을 만드는 것이다. - 中 - www.bookk.co.kr 안녕하세요 머니코드입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몇백 쇄 찍어내서 서점 진열은 되지 않지만 온라인 주문과 동시에 인쇄되어 배송되는 자가출판플랫폼 부크크에서 제가 이란 시집을 냈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인 2017년부터 문학 소모임 활동한다고 꾸역꾸역 써댄 시부터 그게 청승의 발판이 되어 일상 속에서 툴툴거리..

기록문학 2020.09.02

군생활 중 한 자기계발

내가 이만큼이나 성실히 살았다고 자랑할 의도는 없다. 성실해봤자 지금이 더하므로. 일례로 지금 하는 건 비전이랄 게 있지만 그땐 순전히 부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내지 포상휴가를 따기 위해서가 자기계발의 주된 목적이었다. 한낱 근무시간 휴게실에 짱박혀서 하는 독서도 분주하지만 쓸데없게 돌아가는 우리 군의 군수체제에서 한 걸음 물러서게 해 주었다. 1. 한국어문회 한자검정 3급 (2019. 1~2) 개인적 욕심으로 이름 있는 검정기관의 급수를 따고 싶었다. ybm 상무한검에서 운좋게 1급을 얻어냈지만 자랑하기 쪽팔렸다. 이걸 딴다고 군에서 딱히 포상이나 가점을 준 기억은 안 난다. 1달쯤 잡고 공부했는데 정말 가망이 없어서 시험 보러 외출하는 날 '째고 그냥 밖에서 시간때우다 올까, 그냥 칠까'를 생활관 ..

기록문학 2020.08.22

입시썰 #3 : 재수학원 예비고3 윈터스쿨

이번엔 정시에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윈터스쿨 시기를 반추하고자 한다. 망해가는 지방 구도심에 처박힌 우리 학교 동급생들은 충청도 말씨를 더듬거리는 화학 선생을 앞에 세워놓고 독서대로는 인강 교재 문제를 풀어가며 사교육 엑셀러레이터를 열심히 밟고 있었다. 나는 내신과 정시(모의고사) 모두 약한 상태였으므로 그들과 같은 수준이 되려면 그들이 받는 사교육 양을 따라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 많이들 들으러 간 사설 재수학원 윈터스쿨을 끊었다. 보통 서울이나 양지로 기숙하러 갔지만 선은 지키고 싶었던(?) 나는 부모님과 타협해 본가 지역 시내의 대형 재수학원에서 통학하기로 했다. 아침 7시쯤에 집을 나섰던 것 같은데 겨울 기준에선 칼바람이 부는 동트기 전 꼭두새벽이었다. ..

기록문학 2020.08.20

입시썰 #2 : 인문논술에 꼬라박은 3년

내신이 딸렸던 나는 수능 역시 잘 볼 자신이 없었다. 따라서 내가 대학을 가는 방법은 1. 입학사정관제(탑골 학종) 2. 논술 두 가지뿐이라고 믿었다. 사실 이것도 쫄려서 4가지 방법(내신, 수능, 입학사정관제, 논술)에 똑같이 에너지를 분배했다. 결론은 고대 논술을 떨어지고 정시로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했다. 본 글에서는 논술에 대한 어떤 생각을 적지 않고 그저 논술에 투자했던 시간들을 반추하려 한다.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입학사정관제와 인문적 소양과 글쓰기 실력을 평가하는 인문논술에서 승리하기 위해 나는 고등학교 3년, 나아가 평생을 '우직한 문장가'로서 살아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생기부 진로희망란 3줄(3학년까지 있으니까)을 모두 '국어교사'로 통일하는 것은 나에게 무척 중요했다. 무슨 자장면으로 통..

기록문학 2020.08.18

입시썰 #1 : 서울대 자소서 쓰던 시절

무슨 명예를 얻겠다고 대학교 지망란을 다 사범대 국어교육과로 채웠는지, 그때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생기부 장래희망란도 블라인드되는데 누가 어느 다른 대학교 썼는지 누가 알아준다고. 국어교육 일변도인 것 이외에도 지망하는 대학교의 클라스조차 다분히 감정적이었다. 순전히 "서울대에 원서 찔러봤다"라는 무용담을 생성하기 위해 서울대 학생부종합에 원서를 찔렀다. 그리고 내가 넣는 대학 중 서울대만 자기소개서를 요구했고 순전히 서울대만을 위해 대입용 자소서 기본폼을 쓰기 시작했다. 어차피 광탈한 수시의 자소서이므로 찾게 된다면 내용 전문을 공개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 (지금 밖인데 집에 있는 옛노트북 백업용 usb에 있는 듯) 생기부 세특과의 연관성 ★★★★☆ 글솜씨 ★★★★★ 분량 ★★★..

기록문학 202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