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문학 62

동기들 임고 작살난것 같다

윗학번 선배들 초수 대박났다더라. 나도 되겠지? 하고 관성 위로프트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 지 딱 1년만. 참고로 나는 군대를 먼저 갔다와서 2년 후에나 임고를 본다. 3년 동안 sns로 아무런 양심 가책도 없이 훔쳐보는 게 익숙해질 정도로 안물안궁 고학번 일거수일투족을 올리던 핵인싸 동기도, 1학년때부터 비슷한 궤적의 문필활동을 하며 전공에 있어 나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륜을 펼치던 동기도(아마 그는 내적 문제로 무너진 탓이 컸을 것이다. 4년 내내 성해보이는 학년이 없었다) 프사를 많은 의미가 함축된 걸로 바꾼다던가 sns유난을 계속 부린다던가 저마다의 방법으로 재수를 받아들이고 있다. 삼수해서 내 경쟁자가 된다면 참 싫을 것이다. 나와 지역을 달리 쓰길 빌어야지. 학과장 교수는 "자신들과 같은 ..

기록문학 2021.01.02

어릴적의 환상-약속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어릴적 어른들은 여러가지 환상을 주입해주었고 나는 한술 더 떠서 좀더 큰 후에도 그 환상이 이루어질거라 믿었다. 태권도 3단까지는 아무나 따는거고 4단까지 따면 남들이 쉽게 못 건드린다든가, 고전독서 동아리에 들어가면 근사한 발표회와 가능성 있는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든가, 고등학생 때 소수 친구팸이랑 붙어다니기 바빠 수학여행에서 제대로 못 즐긴 에버랜드는 사실 무한한 쾌락의 장소라든가. 시간이 흘러 억지로 억지로 그 약속을 피상적으로 지켜나갔고 에버랜드는 졸업 후 남정네들끼리 3번씩이나 갔지만 남는 건 보상 없는 외상과 "겨우 해치웠네"라는 해방감이었다. 허탈이라는 톱밥이 50%이상 섞인. 왜 나 자신과의 약속들을 지켰는데도 공허를 못 채우는지, 약속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아봤다. 다 어릴적 환상에 기반한 ..

기록문학 2020.12.27

생각의 드릴

생각의 드릴을 갖고 그걸로 상황을 뚫을 줄 알아야 한다. 무슨 말이냐고? 나같은 발산적 사고를 하는 놈은 흔히 말해 뒷심이 부족하다. 세상을 지배하는 수많은 방법이 떠오르지만 어느것 하나에도 그걸 행동에 옮길 계획을 취해본 적이 없어 늙어가도록 더벅머리로 방구석에서 신세한탄이나 하게 된다. A라는 계획이 아이디어 형태로 떠올랐다고 치자. 성숙하지 못한 발상가는 그걸 그냥 썩혀놓는다. 기껏 브레인스토밍한 종이를 "자. 수고했다."하면서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넣는 거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될 상황에서 A에 관한 생각을 멈추고 싶은 (귀차니즘이라는) 욕구를 억제하고, 고통스럽더라도 그걸 실제 세계로 가져올 방법, 계획, 손써놔야 하는 것들 따위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리스트 중에 하나만이라도 훨씬 더..

기록문학 2020.12.26

꿈 이야기 2

옛날건물을 본 일이 있었는데 유리 녹은 자국이 신기했다. 여길 가고 본 꿈을 꾼듯 고등학교 꿈을 꾸었다. 주변의 모든 시설물들은 20세기식으로 낡아빠졌고 '얼굴만 아는' 급우들 사이에서 팬티나 속옷 같은 걸 갈아입어야 했다. 너무도 당연히 화장실 칸을 찾았는데 너무도 정확한 그때의 재현. 내가 그들과 가까워지지 못했던 걸 더는 조건으로 치지 않겠다. 태초에 학교에 입학했더니 애들이 다 썩은 표정을 짓고 있더라는 묘사를 더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대신 원인을 추론해보자. 나는 왜 그들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었을까? 하다못해 알바에서 만나는 손님도 두 번 보면 편안에 가까운 감정이 들고 서로 아는 정보를 생략하고 친근감을 대신 매입해 말을 건넬 수 있는데. 우선 입학 초기 나는 학교에 온 지 매우 짧..

기록문학 2020.12.17

수능 끝나고 한 일

나는 수능 끝나고 대학교 들어가기까지의 시기를 참 재미없게 보냈다. 스키장도 가고 해외여행도 가며 끝없는 자유를 누릴 줄 알았는데 스키를 같이 탈 친구가 있어야 했고 해외여행을 갈 가족의 여유가 있어야 했다. 이득을 보려면 자원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가만히 기다리면 때가 왔다며 세상이 금덩어리를 던져줄 거라고 21살 때까지 믿었다. 우선 수능 끝난 날 엄마랑 싸웠다. 국어 시간이 부족해서 비문학 지문 2개 정도를 못 읽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3등급 확정이었다. 막상 고사장에서는 멘붕하지 않았다. "남들도 불수능이었을 거다. 1등급컷 80점대일 거다."라는 행복회로가 꽤 잘 오버클럭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오버클럭이 수학, 영어를 안정적으로 풀고 1등급을 받는 데 직간접적으로 영..

기록문학 2020.12.13

도서부원 #3 (마지막)

2020/10/11 - [기록문학] - 도서부원(약웃김) #2 도서부원(약웃김) #2 지난 이야기 : 중학시절 나는 범생이라는 숙명에 이끌려 원하지 않아도 도서부원의 공간에 가까워졌다. 도서부원(약웃김) 나는 고등학교 때 그럴듯한 동아리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학교를 성실 ojwisscary.tistory.com 2020/09/12 - [기록문학] - 도서부원(약웃김) 도서부원(약웃김) 나는 고등학교 때 그럴듯한 동아리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학교를 성실하게 다닌 것 같은 결과값의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정작 내 학교생활은 여러 곳에 구멍이 나 있다. 동아리가 잘 이루어졌 ojwisscary.tistory.com 지난 이야기 : 중학교 도서부에서 2~3학년동안 이런저런 추억을 쌓다. 이번 글은 마지막답게 ..

기록문학 2020.11.28

니체 명언의 증명 : 나죽못고나강

블로그가 말라죽었던 이유를 다음 문장으로 일축하겠다. '강의 듣고 정리글 올리는 게 사치스러울 정도로 여러가지 일을 벌려놓고 수습했기 때문' 이거 끝낼라치면 저기 톡방에서 짹짹대는 일의 무한반복이었다. 사랑과 감정, 서로에게 희망을 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눌 사람은 손에 꼽는 주제에 일적 사람과 카톡방만 수십인 외로운 사업가의 기분이 느껴졌다. 11월 초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었다. 아무데서나 짜증이 솟구쳤다. 그래서 코로나 한적한 곳으로 살짝 바람을 쐬고 왔다. 경치들(심지어 건물들까지도)이 짜증을 털어버리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작년 락페를 갔다온 직후가 그러했듯 얼마간은 실제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편안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실제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일의 쓰나미가 다시 몰아닥쳤다는 얘..

기록문학 2020.11.21

하데스에게 가는 길

현재 비극은 예정되어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우울한 일이 벌어질 것이고 기분도 그를 따라갈 것이다. 해지기 전을 틈타 옆동네의 근사한 아파트 단지로 런닝을 뛰고 올 수도, 반반의 확률로 치고 싶어지는 기타를 집어들 수도 있다. 그럴 때면 기분은 일시적으로 좋아지고, 일시적으로 내 삶은 충만해진다. 처음엔 66일 동안 그런 걸 한다면 눈 깜짝할 새 내가 환골탈태하고 세계를 지배할 줄 알았다. '1년 전과 달리 그냥 할 수 있게 된 것'이 하나 늘어났다는 점은 명백하다. 습관이 만든 확실한 공산품이다. 내 기분에 있어서만큼은 취미활동은 익숙해지면 술만큼 일시적이라는 걸 이내 깨달았다. 할 때만 즐겁다. 늘 즐거우려면 늘 그것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난 돈과 더불어 내 건강(특히 청력)을 막대하게..

기록문학 2020.11.01

도서부원(약웃김) #2

지난 이야기 : 중학시절 나는 범생이라는 숙명에 이끌려 원하지 않아도 도서부원의 공간에 가까워졌다. 도서부원(약웃김) 나는 고등학교 때 그럴듯한 동아리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학교를 성실하게 다닌 것 같은 결과값의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정작 내 학교생활은 여러 곳에 구멍이 나 있다. 동아리가 잘 이루어졌�� ojwisscary.tistory.com 그렇게 동료들에게 '낙하산'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불리며 정식 도서부원이 되었다. 교내에서 동아리 모집하는 건데 채용의 공정성이 그렇게 딱딱할 필욘 없잖은가. 일을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까, 내 행동을 보고 열심히 배우려는 1학년 후배들의 시선을 피하고 작년부터 해오던 친구에게 많이 의지하면서 2학년 1학기를 보냈다. 순번별로 돌아가며 점심시간에 대출 데스..

기록문학 2020.10.11

내가 꿈꿨던 교사의 모습은 뭐였을까

어찌됐건 나는 내가 학생 때 선생들의 모습을 보고 교사가 되겠다고 했다. 학생인권조례가 나온 직후였어도 지금처럼 교사들이 아이들 털끝도 못 건드는 존재이지는 않았다. 강경하게든 온화하게든 교실 안에서 몇몇 선생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나 같은 성실하게 영양흡수를 하던 온실 속 화초들이 후광을 보게 만들었다. 얌전했던 난 공부 말고 내세울 게 없었다. 만화그리기 같은 특기로 인기를 끌어보려 해도 학생 사회에서 높게 쳐주지 않았다. 만화 속 공상세계에선 내 의도대로 세상을 주물렀다 폈다 하는데, 아무 힘도 없으며 너무 많은 강제력의 화살표가 머리 위로 지나다니는 중학생의 생활에서 학교라는 기관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첩보요원이 등장하는 만화를 자주 그렸다), 소음이나 일으키며 자유운동하는 학생들을 통..

기록문학 202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