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문학 62

당직

미입대자 시점에서 공군은 몸이 많이 편해 보였다. 혹한기니 유격이니 없다고 해도 그건 훈련 자체가 없다는 말로 일단 들렸고, 짜증나기로 사회에 널리 알려진 '불침번'제도도 없다고 들었다. 그럼 비행기 조종도 안하는 병사가 공군에서 하는 게 뭐가 있지? 정말 새 쫓고 활주로 닦기뿐? 나는 "군생활 내내 ~~만 하다(주로 일상적인 한 가지 일. 커피타기, 화단에 물주기 등) 전역했다"라는 군생활 후기를 참 좋아했고, 롤모델로 삼았다. '일신의 안위'만을 원했기 때문에 3군 중 공군에 입대한 것이다. 공군 출신들은 다 아시겠지만 유격 있었고, 공군에서도 병사가 할 일은 차고 넘쳤다. 24시간 감시업무가 아닌 이상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면 예외 없이 한 달에 한두번 꼴로 당직을 서야 했다. 상병을 달자마자 섰던 ..

기록문학 2020.02.05

꿈 이야기

꿈에서 나는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있었다. 내가 현실의 모교가 아니라 그냥 동네에 남았다면? 이라는 설정의 평행세계였다. 꿈 패치로 그 고등학교 주변이 엄청난 깡촌이었다는 건 황당했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서 걸어서 3분인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나는 날마다 동생과 같이 등굣길을 나서다 삼거리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곤 했다. 나는 동네 학군에서 공부를 매우 잘 하는 속성이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모교가 우등생만 뽑아놓는 명문고가 되었지. 꿈 속에서 나는 '당연히도' 학급 임원쯤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나는 어떤 실수 하나를 해서 반 애들에게 진심으로 비난을 듣게 되었다. 방금까지도 같이 기차놀이를 하며 화기애애하게 놀던 분위기는 갑자기 싸해졌고 각자 자리에 앉아 조용히 교실 티비로 뉴..

기록문학 2020.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