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만큼이나 성실히 살았다고 자랑할 의도는 없다. 성실해봤자 지금이 더하므로.
일례로 지금 하는 건 비전이랄 게 있지만 그땐 순전히 부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내지 포상휴가를 따기 위해서가 자기계발의 주된 목적이었다. 한낱 근무시간 휴게실에 짱박혀서 하는 독서도 분주하지만 쓸데없게 돌아가는 우리 군의 군수체제에서 한 걸음 물러서게 해 주었다.
1. 한국어문회 한자검정 3급 (2019. 1~2)
개인적 욕심으로 이름 있는 검정기관의 급수를 따고 싶었다. ybm 상무한검에서 운좋게 1급을 얻어냈지만 자랑하기 쪽팔렸다.
이걸 딴다고 군에서 딱히 포상이나 가점을 준 기억은 안 난다.
1달쯤 잡고 공부했는데 정말 가망이 없어서 시험 보러 외출하는 날 '째고 그냥 밖에서 시간때우다 올까, 그냥 칠까'를 생활관 침대에서 수없이 고민했지만 그냥 눈 딱감고 부대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교의 고사실로 향했다.
대학교에 내리니 교훈이 새겨진 비서를 봤는데 '진리 탐구, 문화 창조, 사회 봉사'라고 한자가 써져 있길래 테스트 겸 읽어보았다. 그런데 '창조'를 못 읽어서 검색을 찾아보고 "역시 난 안돼ㅠㅠ"하며 들어갔다가, 시험지에 정작 '창조'한자가 나와버렸다. 개꿀이었다.
지금껏 돌려본 모의고사보다 본시험이 훨씬 체감이 좋았다. 그리고 백분위 1 차이로 3급을 붙어버렸다. 혼자 힘으로 따서 뿌듯한 자격증 중 하나다.
(네이버 블로그 하던 시절이라 그때 썼던 후기글이다. 그때의 감성이 잘 묻어나 있는듯 ㅋㅋ)
한국어문회 한자능력검정시험 3급 <<합격>>
시험은 2월 23일에 봤고 합격자발표는 3월 22일에 났다.올해 1월 새해가 밝을때쯤, 군생활이 꽤 펴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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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가기술자격검정 사진기능사 (2019. 3~12)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면 재수를 했기 때문이다.ㅋㅋㅋㅋㅋㅋ
기술을 중요시하는 국방부는 국기검을 특히 우대해준다. 병사의 경우 기능사라도 따면 포상휴가 1일을 줬다. 때문에 짬 좀 차고 시간이 좀 나는 병사들이라면 전공에 상관없이 국기검을 도전했다. 나 역시 '기능'엔 일절 관련 없는 진로였지만 그나마 인문에 가까운 사진기능사를 목표로 잡았다. 필기야 교재를 사서 어찌어찌 3월에 붙어놨지만(어렵게 나왔다) 사진 찍는 실기를 준비할 여건이 안 됐다. DSLR을 시험장에서 제공해주긴 했지만 처음 만져보는 상황인 건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사전교육 때 설명한 내용을 적어놨다가 수없이 뇌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들어가자마자 어떤 버튼을 누르고 플래시는 어떻게 터뜨리고... 그렇게밖에 준비할 방법이 없었다. 5월쯤에 실기였는데 노출 표시기(? 이름 까먹었다)의 소수점을 잘못 읽어 '지극히 어두운' 까만 화면을 해결 못해서 실격되었다. 그 뒤로 6개월을 기다려 말년이 가까워지는 신분에 실기를 재응시했다. (필기는 초수때 본 걸로 대체 가능했고, 실기 전 사전교육은 근무 빼려고 또 갔다. 교통비 수억) 똑같은 까만 화면 문제가 발생했으나 그땐 내가 소수점을 잘못 봤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해결하였다. 사전교육 때 감독관이 어찌됐든 사진만 뽑으면 합격시켜준다고 했으므로 딱 그렇게까지만 했다. 그렇게 최저점으로 합격한 듯하고 포상휴가 1일을 얻어 말년에 바로 붙였다.
여담으로 이렇게 기를 쓰고 자격증 따려 했던 게 대학교 졸업요건을 흘러넘치도록 충족시켜줬다. 방학때 눈 딱감고 1개월만 투자해서 따면 되는데 왜들 전공과 무관한 자격증 따기 싫다고 찡찡거리는지 모르겠다.
여담 2로 2번의 사전교육, 2번의 실기를 치러 타 비행단의 광활한 부지를 가로질러가는 일은 언제나 고역이었다. 비행단 근무자를 붙잡고 정훈실 위치를 물어봐도 자기 생활지역 아니라서 모른다고 했다;;;
3. 교육학 1회독 (2019.4~2019.11)
군대 때 임고 1과목인 교육학을 씹어먹으라고 엄마가 권장했고 따라서 휴가때 교육학 자습서를 샀으나 실현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근무지에서나 연등실에서나 틈틈이 밑줄 쳐가며, 구조화할 건 구조화하며 읽다가 머리에 과부하가 오면 덮었다. 그러니 전역이 가까워질 쯤 교육사회학?을 남기고 모두 1회독은 할 수 있었다. 대충 눈에 바른 수준이다. 바로 학부 교직과정이 더 설득력 있게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책은 우성수 교육학이었는데 이선화 인강 들을거 같다.
4. 군 토익 특별시험(2019.9)
친한 어학병 선임이 뜬금없이 싸게 칠 수 있는 토익을 같이 치러 가자고 제안해왔다.(그의 입장에선 전역 후 바로 항공사 지원을 넣을 거라 최대한 빨리 토익을 쳐야 했다) '싸다'는 걸 확인한 나는 갑자기 바깥바람 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공부는 전혀 안하고 있었지만... 산타토익 듣던 동기 1명을 더 끌어들여 셋이 주말 외출을 나갔다 왔다. 선임이 선임값을 해서 주임원사에게 '고사장이 멀다'는 이유로 사바사바 해서 6시간짜리가 아닌 종일 외출권을 따왔다. 덕분에 치킨집에서 저녁도 먹다 왔다.
성적이 발표됐는데 웃기게도 내가 865점으로 그 선임보다 10점이 높았다. 산타토익 듣던 동기는 700대여서 우울에 빠졌다. 이 정도면 차라리 영어과를 갔어야 했나 보다... 안 그래도 그 성적으로 복학하는 학기에 영어교육과 복수전공을 신청하려 했더니 11월에 학사과 말하길 복학생은 한 학기 더 다니고 신청하랜다. 그렇게 되면 강제 5학년이라서 포기했다. 난 빨리 취직해야 한다. 요즘 국어 티오가 영어보다 쪼금 나은 거 같기도 하고..
5. 독서 (군생활 내내)
진중문고는 나의 좋은 친구였다. 분야별로 베스트셀러를 골라서 부대에 보내주는 형식 같은데 대출기간 없는 도서관과 다름없었다.
<총균쇠>라는 책에 대해 "쓰레기다"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 얼마나 기쁜지!
6. 기타 연주(2019.10~)
아래 글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노트에 tab악보 기록해가면서까지 배우려던 열정이여! ㅋㅋ
기타를 시작한 계기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듯이 기타를 시작했다. 병장 때 타부대 상병이던 대학 동기놈과 복학하고 뭘할까를 서로 실컷 상상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고등학교 동창 등 아는사람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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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운동(2019.7~)
노출의 계절 여름 + 헬창 분위기의 환장의 시너지가 나도 운동을 잡게 만들었다... 그땐 또 쇠질하기를 원치 않아서 체련시간 아무도 안 보는 창고에서 푸쉬업 100개, 스쿼트 100개, 런지 100개를 했다. 가슴과 어깨 쪽이 당연하겠지만 우락부락해지지는 않았고 '맵시 있어졌'다. 나머지는 별 차이 없었다. 내 대두 콤플렉스를 가려주지 못하는 맨몸운동의 한계를 절실히 깨닫고 틈만 나면 쇠질할 기회를 전역 이후 노려봤으나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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