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문학

귀찮음을 이기는 방법

머니코드17 2020. 10. 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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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성이 게으르다. 그러나 생산으로 돌아가는 인간 세상은 끝없이 근면할 것을 강조한다. 내가 그 요구에 성공적으로 응했던 몇 가지 사례들을 정리해보고, 다음에도 근면해져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꺼내먹으려 한다.

 

1. 마실거리를 떠 놓는다.

- 노트북으로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고 치자. (과제, 지루한 줌강의 등) 항상 옆에 커피든 차든 머그컵에 떠 놓고 시작한다. 그리고 좀이 쑤실 때마다 마시는 거다. 두뇌 회전을 위해 수분 내지 카페인을 공급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사실 음료를 준비하는 행위(물 끓이기, 티백 타기, 원두 갈기)와 일에의 착수를 연결시키는 의식이다. 봉준호 감독은 촬영장에 항상 에스프레소 머신을 준비해놓는다고 한다. 나도 그래보고 싶긴 한데 카페인 중독에 그날 바로 걸려버릴 것이다. 경험상 모든 음료를 아이스로 만들어 먹는 게 보존율이 오래가서 좋은 것 같다. 묽으면 묽은대로 양이 늘어난 대로 마시면 되니까. 핫음료가 식은 것보단 나은 듯. 커피, 그냥 홍차, 캐모마일(졸리다), 루이보스(애매하다), 옥수수수염차(페트병의 ㅋㅋ), 미숫가루(배부르다), 아이스티(설탕이 너무 많아서 피부가 안좋아져 곧 끊었다)를 시험해봤다. 시간대에 따라 강요되는 음료가 다르다. 내가 시키면 모든 음료를 제조해주는 시녀(비서)를 두는 게 꿈이다.

- 굳이 씹을거리류의 고체 주전부리를 갖다놓지 않는 이유는 성향 차이겠지만 중고등학생 때부터 내 집중력을 크게 떨어트렸다.

 

2. 모든 일을 단위화한다.

- '분절화'라고 해도 되겠다. 일을 잘게 쪼개는 거다. 쪼개는 일은 굳이 의식적으로 썰지 않더라도 하다 보면 본능적으로 한 타임에 어느정도 일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한 타임을 마치면 쉰다. 시간단위가 아니라 양 단위로 분절화하는 게 중요하다. 전자는 공무원식 일처리고 후자는 기업인식 일처리이다.

 

3. 행동할 생각을 미리 해 놓는다.

- 예를 들어 과제 공지가 뜨자마자 지침을 보고 마트 장보기, 이동시간 등 다른 일을 보는 동안 머릿속으로는 그 과제에 대해 어느정도 구상해놓는 것이다. 이러면 나중에 과제하려고 앉아서 빈 노트북 화면을 쳐다보며 고민하는 '몇 배는 비효율적인'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하다못해 과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머릿속에 넣고 딴 일을 해도 된다. 심적 대비라도 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도 미리 위험을 인지하고 몸으로 긴장했을때와 갑자기 당했을 때 부상 정도가 차이 있다.

 

4. 윈도우10 캘린더에 일정을 표시하고, 매일 아침 잠금화면을 쳐다본다.

- 아침에 눈뜨자마자 오늘 일정을 얘기해주는 전자매니저 하나 둬서 나쁠 거 없다.

 

5. 음악은 상황에 따라 듣는다.

- 평소라면 음악은 대개 집중을 방해한다. 그러나 가만 있어도 산만한 날에 음악을 들으며 공부나 일을 하면 어느 정도는 가이드라인이 되어 준다. 아마 '집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집중'을 0으로 만들어 줘서인 것 같다.

- 그럴 때 듣는 음악에 장르는 상관없다. 어느 정도 들어서 구성이 익숙하고 모국어 가사 노래만 아니면 된다. 일단 일에 사용하는 언어와 노래에서 들리는 언어가 달라야 한다. 아니면 곧 뇌내 노래방이 열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주곡, 클래식이 이롭다. 그러나 뭐든 내키는 음악을 듣는 게 좋다. 모국어 노래들만 많이 알고 있다면 묵념...이 아니라 ASMR이라는 좋은 대안이 있다. 

- 즉 무가사(연주곡,ASMR..)≧비모국어 가요>모국어 가요 순으로 좋다. 구성 익숙의 문제는 장르 차원에서 봐야 할 듯하다. 자주 들었고 잘 알고 있는 장르라면 처음 듣는 곡이라도 '이 곡 좋은데? 제목 알아보고 플레이리스트에 넣어야지' 할 시간만 빼는 선에서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

- 개인적으로 고3때 많이 들은 팝펑크는 쓰리코드를 따라 생각을 정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6. 명분을 찾지 말고 그냥 한다.

- 일을 하기 좋은 최적의 심리상태와 외부 환경을 기다렸다 시작하고픈 마음이 종종 생긴다. 그럴 땐 오히려 기분이나 근육 긴장상태가 여의치 않더라도 일단 해보는 게 결과적으론 나을 때가 있다. 1/10이라도 일단 해보잔 마음으로 시작하면 어느새 꽃혀 1/2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는 말도 있잖은가.

 

이외에도 생각나면 더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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