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잘 안되는 것. 말하듯이 쓰는 글의 가장 큰 단점이다. 뭐든지 조심하는 성격이었던 난 한 문장을 쓸 때마다 다시 읽어보고, 한 번에 의미파악이 끝내지는지를 점검했다. 그리고 글쓰기에 자습시간을 기꺼이 꼬라박았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건 수능공부와 같은 가치가 있다.' 그런 논리였다. 지금 난 너무 대범해졌다. 삶의 자신감일 수도 있겠지. 그건 내 생활의 난이도를 많이 낮춰주었다. 하지만 글쓰기의 영역에까지 그 대범함이 번져선 안 됐나보다. 글쓰는 사람의 내면은 전쟁터라는 슬픈 진실을 받아들일 차례가 왔다. 할 수 있는 게 글밖에 없고, 평생 글쟁이로 살다 죽을 것이라며 내 가능성을 미리 점친 후 그에 맞게 찔끔찔끔 살아내던 시절엔 커피도 스스로 따라먹지 못했다. 지금 내 행동력은 탁 트인 도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