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 처세술

(고3) 교실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려라

머니코드17 2020. 3. 25. 23:16
728x90

 아직도 도서관이나 독서실 칸막이 책상에 들어가기를 꺼린다. 공부가 최대로 잘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나 들어가는 곳이다. 철저히 내 취향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부 장소는 개방된 책상 위, 그것도 1인용 공간만 있는 좁은 교실 책상 위이다.

 

 그러나 단지 취향이라고 치부한 다음 매일 자습시간을 이동시간으로 좀먹고, 수능 직전까지 독서실의 적막과 칸막이 속에서 안전을 만끽하다가 고사장으로 나와 버린다면 문제는 생길 것이다. 교실은 곧 수능 고사장과 동일한 환경이다. 급우들이 내는 적정량의 소음은 몇 개월씩 듣다 보면 수능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오래된 마루를 밟고 삐걱거리는 소리, 옆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 수학 푸느라 연필 문대는 소리, 히터 소리 따위에 면역이 되게 해 줄 것이다.

 

 다들 열심히 적대적인 포스트잇을 교환하며 자신의 예민성을 자랑할 때, 혼자 둔감보스가 되어 보자. 그냥 자신의 방어력을 높이도록 훈련해서, 데미지를 0으로 받게 만드는 거다. 외부 환경에 "제발 나에게 데미지를 주지 말라"고 애원하는 게 아니고. 아무리 외부에서 노력해준다지만 돌발상황은 없어지길 바라는 자의 편이 아니다. 같은 교실의 누가 다같이 좆돼보자는 심정으로 영어 듣기평가때 소리를 악 지른다면 그 순간 끝이다. 수능날 어떤 돌발상황에도 가렌처럼 '눈도 깜짝 안 할' 지경에 다다른다면 그건 둔감성이 아니라 철의 침착성, 평정심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면 자습시간에 가급적 교실에 있어 보고, 가능하면 휴일에도 나와보자. 학원에 빈 교실이 있다면 활용해봐도 좋을 것이다. 외부의 방해요인이 아닌 책상 위에 펼쳐진 것, '내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면서 엉덩이 힘을 기르자. EBS 공부의 왕도가 방영했을 때 12시간 이상을 교실 책상에 앉아 있고, 식사는 미리 싸오고 졸리면 손목에 찬 고무줄로 때리면서 공부하던 학생이 출연한 적이 있다. 나는 그 괴물(환자가 더 맞을 것이다)을 '기념하는 식으로만' 따라했다. 그건 자기 몸이 못 버티는 케이스니까.

 

 비좁은 책상과 딱딱한 의자에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몸이 쑤셔서 집중이 안 될 때가 분명 있다. 집중이 안 되는 건 자해로 다그쳐야 되는 게 아니라 몸이 더 오래 있을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 거다. 그럴 때마다 한번씩 '수혈'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 나는 교실 시트포지션이 물릴 때마다 학교 건물 밖으로 나와 5~10분가량 바람을 쐬었다 돌아왔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마실 물통을 비치해도 좋다. 작은 주의 환기용으로 한 모금씩 마실 만하다. 텀블러가 있으면 최종 공부시간이 늘어난 경우를 거의 100% 체험해봤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면 공부할 땐 음악 없이 집중해서 공부하고, 정말 들어야 될 때(플래너의 한 목표치 끝났을 때, 새 공부 시작하기엔 너무 정신이 산만할 떄) 10분간, 아니면 한 곡만이라도 온 힘을 다해 집중해서 들으면 꽤 좋다. 장르 상관없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그래서 다 꿰고 있는 노래를 구성요소를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듣는다면 생각이 오히려 정렬된다. 이 '공부와 음악과의 관계'는 이후 포스팅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