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감이 생각이 안 난다. 의외로 좋은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글로 써야 할 만큼 세상일에 대한 분노가 감지되지 않는, 평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일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예정되어 있다. 2021년 12월은 다음 해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닐 일이 많다.
인간관계는 떨쳐내고 싶은 적은 떠나가게 만들었고, 곁에 삼고 싶은 사람들은 남아졌다. 이걸 어쩔 수 없이 달성하지 못해 2021년의 반은 욕구불만으로 지냈다.
2021년도, 2020년처럼 물질적 욕망을 하나 둘씩 충족시켜 나갔다. 2020년에 기타가 생겼다면, 2021년엔 양주, 탄산수, 전동 커피 그라인더, 게이샤 원두, 정장, 라이더자켓, 프레드페리, 버티컬마우스가 생겼다.
시행착오투성이의 대학생활은 사실상 종결되었다. 교육실습이 어때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도 결론이 났다. 난 매학기 3학점만 들으면 되는 4학년이 됐고, 성가신 학회장직을 후배에게 확실히 인계했다. 지난 학년은 자꾸 무언가 하나씩 불구인 채로 지나갔다. 1학년은 설명이 필요 없고, 복학한 2학년은 학교를 가보지 못해 내 위치에너지를 몰라 에너지 분배를 너무 고르게 했으며, 3학년은 전술했듯 절반이 욕구불만이었다.
어쩌면 처음으로 임용고시 인강을 듣고, 내 위치를 파악해 할 거/안 할 거를 구분하기 시작한 올해 여름방학 때부터 생활은 충만해졌는지 모른다. 가을엔 불면증과 인간관계 재편에서 오는 후유증을 겪긴 했다. 극복할 수단(귀마개, 새 미드 커뮤니티, 바깥 일정, 새로운 교류, 위스키)들을 무기 삼아, 사건들을 '내가 직접' 종결시켰다.
그러고 나니 오랫동안 떨쳐내지 못해 글로라도 털어내야 했을 불만들은 모두 내 손을 떠나가 있었다. 스토리라인으로 치면 에필로그다. 나는 내 갈 길을 찾았으며, 평온하고 여유롭다.
'기록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임용고시와 대면 (0) | 2021.12.28 |
---|---|
운명을 믿는 편이다 (0) | 2021.12.13 |
사실상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mbti검사 : mbti form q (0) | 2021.09.12 |
난 은사가 없다 (0) | 2021.08.23 |
스쳐간 인연들 (0) | 2021.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