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문학

2023 임용고시와 대면

머니코드17 2021. 12. 28.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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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러) 갈땐 가더라도 국수 한사발은 괜찮잖아.
드디어 나도 임고생이 되었다.
24시간을 내 이익만을 위해 사용하고 싶어서, 빨리 임고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써야 했던' 2021년 내내 바래왔다.
나의 그 말을 듣는 후배마다 어안이벙벙해했다. 이해한다. 나도 저학년 땐 절대 되기 싫은 게 임고생이었으니까.
성격이 변했다. 끝도 없이 재미를 추구하려던 성질은 날 시간낭비하게 하는 무언가를 덜어내는 방향으로 변했다.
덜어내면 남은 중요한 것들을 온전히 즐길 수 있으니까..?
노인이 된 거지.
 
공부는 자본의 투하라고 생각한다.
서비스에 돈을 지불해서 공부하면, 그 서비스에 들어간 남의 노력을 소유하게 된다.
'힘들게 공부해야 할 지점'에서만 힘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지점을 누가 정해놨냐고? 공부에 왕도가 어딨냐고? 이게 내 문제다. 올해만큼은 세상 사는데 '답'이 있어야 된다고 믿어야 된다. 그래야 진형만 똑바로 갖추면 무적이 된다고 믿는 팔랑크스처럼, 전진을 계속할 수 있다.
어쨌든 나는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 체력을 덜 소진시킨 채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고자 한다.
 
그래서 박노송 1년 패스를 끊었다.
인강강사 누가 누군지 감이 안 잡히던 올해 여름, 기출과 개념을 적절히 섞어준대서 골라잡은 박노송은
임고를 정보전이자 교수들 간의 이해관계라 판단하고, CIA마냥 프로파일링부터 시작한다.
비열하게 공부해서 시험 붙고 직장인 되자. 임고 따위를 똑바로 공부하면 성공한 교육자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내 취향을 만족했다.
최소 인강, 개론서 정독 위주 정공법을 선호하는 우리학교 풍토상 나는 이단이다.
 
인강 박치기로 공부할 거면 스터디는 사실 필요 없는데, 스터디도 꾸렸다.
교생실습에서 애인이랑 스터디원 구해서 온다는 이론이 세워짐과 동시에 실현되었다. (애인은 나 말고 ㅅㅂ)
이익집단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포진한 여러 난관들에게서 서로 살려주는.
뭉뚱그려 예상해보건대 하브루타 식으로 공부할 것 같다. 우리 모두 뭔가 설명할 기회가 많아야 되긴 하다.
(사실 첫 스터디가 아니다. 올해 초부터 위기감을 느껴 동기끼리 만들어서 주1회 기출분석 및 문학작품분석, 취약한 문법 개론서 정독을 했다. 학문보다는 시험으로 임고를 바라봐야겠다는 관점이 형성되었고 스터디 재편성을 행동에 옮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누가 맞을지는 합격여부가 말해주겠지... '환상' 만큼은 쏙 빠진 담백한 스터디를 지향하게 됐다는 사실만은 자명하다.)
 
생활은 집에서 하게 됐다. 관리받고 사는 삶이 고시공부에 있어 절실함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우는 게 임무인' 병참부대에서 알게 됐다.
결국 교원대 통학의 꿈을 이룬다. 일주일에 한번만 수업 듣게 만들어놔서 대면강의도 문제없다. 시대착오적 기숙사에서의 마지막 학기는 관내음주(이게 교칙위반이다 ㅅㅂ ㅋㅋ 고등학교도 아니고), 무단외박으로 철저히 더럽혔다.
집 앞 독서실을 끊었다. 1인실 사이즈가 갑갑하게 생긴 게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쩌겠어 집앞인데.
 
엉덩이 힘, 정확히는 체력이 좋으면 공부'돼지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운동은 하고 공부는 할게 없던 2020년부터 체험했다.
2020년에 했던 운동이란 게 턱걸이 스쿼트 갯수 늘리기, 시멘트 바닥 달리기였다.
끔찍한 무릎부상에 시달려 도로 물몸타불이 되고, 한 학기는 술로 보내고 난 게 지금이다.
사실상 리셋이다. 느낀 게 있어 그냥 집에 덤벨을 들여와 4kg부터 차근차근 들기를 시작한다.
폼나게 분할 짜지 않는다. 헬스장에서 효율적으로 자극을 때려박는 걸 애초에 못하니 그냥 같은걸 매일 한다.
단백질은 모종의 이유로 풍부한 소스를 제공받게 됐다.
유산소는 그저 계단을 오르기로 했다. 근력과 폐활량 중 누가 공부 체력에 도움이 될지?
 
남들 기준 연말은 종강/종무와 새해 시작 전 붕뜬 타이밍일 거다.
나는 현재 뭐라도 정리하고, 계절학기라도 들으며 1/1부터 시작되는 수험 모드와의 격차를 줄이려고 시도한다.
플래너도 곧 살 날이 오겠지. 하나씩 덜어내고, 준비시킨다.
그래도 마지막엔 대전 곳곳에 있는, 검증된 맛집 하나씩 돌고 오고 싶다.
시민칼국수 얼큰칼국수, 자니스펍 피맥, 플레이버거 수제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