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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면 된다!
쌍팔년도 경제호황기식 성공신화를 운명으로서 믿는다. 내 운명은 그걸 향해 전진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인생은 개척하는 거라고' 나를 계몽시키려 달려들 사람들이 멀리서도 보인다.
운명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질문엔, 신념을 축적하다 보니 내가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냈다고 답하고 싶다. 이 지점에 다다르면 일거수일투족을 그 운명이라는 것에 일치시키게 된다. 말투부터 취향까지, 포브스 선정 올해의 CEO에 맞춰지는 거다. 그런 연기가 완성형에 가까워진 요즘은 그저 잊어버리고 살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떠올리며 복습한다. "난 이 메소드 연기를 하기 위해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목적지를 생각했고, 괴리로 인해 스트레스 받았으며, 코웃음치는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 입 다물었다." 잊어버리는 순간 그날 하루는 원점으로 돌아간 내 자신을 질책하고, 서둘러 잊어버리기 위해 자기파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명은 믿거나 말거나 개인 자유이기 때문에, 믿었을 때의 좋은 점만 하나 말씀드리고 싶다. 소위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인생을 살게 된다. 운명의 뜻 자체이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럼 기왕이면 새끈한 걸로 자기 운명을 설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그런 식으로 캐릭터 직업 고르듯이 운명을 골라잡으면 게임이지 인생이 아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휩쓸려 살아간다'. 사랑이나 정치처럼 타인의 의지가 반영되는 영역인 경우 확실히 그렇다. 대부분 당시의 상황과 감정이 만든 맥락이 결정한 것에 의해 남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랜 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통제될 수 없다. (오랜 시간 '노력' 하는 것으로 인간관계를 제한적으로 통제할 수는 있다. 모쏠이 깔끔하게 입고,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애인이 생기지 않는가.) 자기 인생의 타인과 관련된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된 것'을 자기 운명으로 삼고 겸허하게 감내하면 그나마 낫다. 최소한 더 이상적인 상태가 되지 못해 매일을 욕구불만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낫다.
난 관료제 사회에서 위로 위로 올라가는 걸 참 좋아하고 그렇게 되고 싶은데, 관리자급/임원이 못 되고 알력다툼에 밀려 평생 한직으로 살아간다면 그게 내 운명인 거다. 좋은 거 보고 맛있는 거 먹으며 살아야지. 잘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내 운명 탓인 거다. 첫사랑을 진심으로 사랑하여 결혼에 골인한다면 그게 본인 운명인 거다. 최대한 다양한 사랑을 해보라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식 조언에는 반대한다. 멍청한 연애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알고, 피하려는 생각까지 똑바로 하고 있어 성장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라면 굳이 경험으로 안 때워도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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