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문학

결론만 말하고 다니다 보니

머니코드17 2022. 1. 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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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든 사고실험이든, 일련의 과정을 거쳐 내린 결론들이 있다. 주로 미래에 대한 결정이라든가 인생관이 그렇다. 복잡한 도출 과정을 거쳤으나 결론 자체는 대부분 단순하다. 

순간 순간에 집중해야 되는 사회적 상황에서 난 일장연설을 지양하기 때문에, 맥락이 닿았을 때 '결론만으로' 내 입장을 내놓곤 한다. 문제제기를 위한 문제제기를 좋아하는 자칭 공능제, 쌈닭들은 내 결론을 "착해빠졌다" "허황됐다"라고 평가절하한다. 내가 결론을 내릴 때 관여시켰던 것보다 낮은 가치판단 단계에서.

같은 세월 혹은 나보다 나이도 많은 사람이 가치판단의 성숙도가 나보다 낮다는 것을 괘씸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수십 년이라도 단조롭게 살아왔으면 정신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으니까. 

성숙도를 올리기 위해, 완벽하게 질 높은 교육 또는 오랜 시간에 걸친 직접 방황이 필요하다(전자는 개꿈이나 다름없으므로 후자가 주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적어도 열등감의 염소와 야망의 똥오줌이 적절히 섞여 떠다니는 수영장에서 어푸어푸 한 번은 하고 와야 된다. 그 자리에서 "가치판단의 성숙도를 올려서 내 주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할 수 없다.

내가 그 수영장 속에서 잠수한 채 고뇌하는 모습을 365일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나를 '조용한 생각쟁이' '(중세적 의미는 집어치우고 21세기 수사적 표현에 가까운)음유시인'으로 여길 것이다. 경험상 그런 태도는 사회적 교류와 기회의 창출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광대가 풍자하듯, 나는 결론만 말하고 한량처럼 살아간다. 놀림당해도 괜찮다. 어차피 실제 행동해서 이루는 사람은 나고, '밤의 대통령'도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