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몸담는 문과 분야의 문과 친구 대부분은 물화생지 중 '화학, 생물' 좋아했다고 한다. 정말 천성 문과들이다. 문이과 구별이 일제의 잔재라지만 언어적/분석적 지능이 구분되어 따로 발달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반면 나는 물리를 공부한 사람들이 써내려간 신화들을 굉장히 많이 봤고, 여자애들처럼 수첩에 알록달록 적어놓고 이것저것 딸딸딸 외는 것보단 그래프로 미래를 예측하는게 상대적으로 재밌어서 만약 내가 이과였다면 물리를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할일 없다고 믿었던 2학년 여름방학 때 ebs 개념완성 물1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근데 내 예상이 틀렸다. 일단 이해했으면 그 다음부턴 암기였다. 꼭 수능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그냥 사고를 빨리 할려면 다 아는 과정은 알파벳 하나로 생략하는 게 맞다.
이런 걸 알아버리면서, 더 이상 "내가 이과였다면 더 행복했을 텐데.."를 읊으며 국어책을 쥐고 끊임없이 그쪽 진로를 기웃거리는 생각은 그만 하기로 했다.
수틀리면 가슴으로 일해야 하는 교육보단, 非인간 객체들을 왠종일 들여다보느라 세상물정엔 문외한이 되기 쉬운 이공계보단, 실제 세계에 결과론적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언어를 다루는 법조인이 차라리 내 적성이 아니었을까 다시 생각해본다. 중2의 나도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뭔지에 대한 본질을 잘 파악하고 진로를 골랐어야 했다. 단순히 '의사 판사 변호사는 기득권처럼 보이기 싫어서' 교사를 선택.... 대통령을 얼굴 보고 뽑는 짓과 똑같았다.
(모든 공부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로스쿨 공부는 그 중에서도 갑이라는 걸 숙지하고 쓰는 글입니다. 걍 개꿈 꿔보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