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독후감

강신주 - 강신주의 감정수업

머니코드17 2020. 2. 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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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글 작성자 본인은 다음 링크의 '강신주의 감정수업' 게시글의 작성자와 동일함을 알려드립니다.

이 서평을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그때 썼던 글을 첨삭과정을 거쳐 지금 글 쓰는 스타일로 바꿔보고자 함이니, 그 점 참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후 이 '다시 쓰는 독후감' 카테고리에 올리게 될 서평들에게도 이 점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애초에 도둑질할 목적이라면 원본과 고친글을 동시에 올리는 미친짓은 안 할겁니다.

https://blog.naver.com/ogu123/220006377700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의 감정수업 작가 강신주 출판 민음사 발매 2013.11.20 리뷰보기 2014년 2월 12일, 내가 3년 동안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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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3년 동안 다닌 중학교를 졸업했다. 친했던 국어쌤에게 개인적으로 책을 선물받았다. 그 책이 이번에 소개할 <강신주의 감정수업>이었다. 이후로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받은 적은 그 쌤 이후로 없었다... 선물용 포장지를 뜯어보니 강신주가 "지금부터 스피노자와 함께 감정수업을 시작한다."는 회색의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은 당신 감정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암, 그렇고말고. 내가 내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그 누가 내 감정을 설명하겠는가.

그런데 열정에 기름붓기 같은 심리책소개 카드뉴스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강신주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랑, 비루함, 탐욕, 동경 등 48가지의 감정을 나열하고(음주욕조차 있었다), 각각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 감정 하나를 시작할 때마다 그것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 문학작품을 인용한다. 그 다음 스피노자가 내린 감정의 정의를 설명하고, 강신주의 친절하고 끈기 있는 해설이 이어진다. 혹여나 이야기가 인문학의 심연에서 겉돌다 끝나버리면, 각 목차의 끝마다 존재하는 '철학자의 어드바이스'를 통해 '말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 그 일상생활에서 이럴 때 있잖아.'하며 생활의 순간과 주제 감정을 짝지어주는 써-비스가 압권이다.

행복과 사랑은 또 다르고, 사랑은 또 연민과 동정심과 같은 수많은 종류로 나뉘어진다. 음주욕마저 하나의 이상을 좆는 고상한 욕망으로 재해석된다. (책을 읽을 땐 10대였지만 20대의 내 입장에서 그건 정말인 것 같다) 그저 행복의 다른 말인 줄로 알았던 환희는 어쩌다 앞에 떨어진 행운에 감사하는, 마음먹기에 나약한 자신에 대한 질책으로 정의된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그 해석을 떠올리면 '진짜 배배 꼬였구나...'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목적은 한마디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소중함을 되살려보기'인 것 같다. 현대 사회는 컨텐츠의 대홍수로 인해 많은 감정들이 길가에 채이는 돌멩이마냥 상투적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노출된다. 적응의 동물인 인간은 그런 감정들의 자극에 무뎌져 버리는 식으로 메말라버렸는지도 모른다. 당장 아무 문학적인 고전을 읽다 보면, 우리는 그저 '사랑', '질투'라고 일축해버리는 감정을 아주 소중히 여겨 한 호흡에 읽기 힘든 미사여구로 찬미한 옛사람들의 센치한 정성을 자주 마주치고 만다. 감정마다 딸려진 명화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이제껏 내 마음속에 한 번이라도 존재해봤던 감정을 관조하는 스피노자가 되어볼 수 있다.


윤종신이 한남동에서 감정 하나씩 읽으면서 월간 윤종신을 쓰지 않았을까...란 공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