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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수업과 국어교육과의 관계 - <TvN 수업을 바꿔라 핀란드 1,2편> 에세이

머니코드17 2020. 12. 2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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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도 방송에 조승연님 나오시네..

건축가 유현준 씨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교도소와 유사한 학교 건물의 건축 구조를 수평적, 개방적으로 바꿨을 때 아이들의 사고가 확장적, 창의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세종시에 들어설 ‘캠퍼스형 고등학교’를 포함해 층고가 낮고 면적이 넓은 학교에 대한 일종의 열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바꿔라>에 등장한 핀란드 ‘파이반케라’ 학교는 저의 열망과 매우 유사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건물이라면 한국 교육과정을 그대로 가져와도 아이들의 성취도와 만족도가 올라가겠다.’고 예상했습니다. 이것이 핀란드 교육에 대한 제 첫인상이었습니다. 이런 첫인상과 함께 <수업을 바꿔라>를 시청한 다음, 특히 주목한 점 6개를 정리하였습니다.

 

1. 석차가 나오지 않는 자기평가

핀란드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 수업한 내용을 잘 기억하는지’를 스스로 평가하고 점수를 내립니다. 상대평가가 기본인 우리나라 성적 산출 및 대입 전형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합니다. 그러나 저는 석차가 나오지 않는 자기평가야말로 평생교육에 가장 적합한 평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인들도 자기계발을 하는데 자신을 기준으로 ‘어제보다 실력이 나아졌는지, 건강이 좋아졌는지’를 판단하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물리적 조건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는 우월한 상대방으로부터 불필요한 우울감을 느끼는 사회적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2. 적극적인 과목 융합적 교육

가정 수업에서 외식과 식료품 구매 후 조리 중 무엇이 경제적인지를 알아보고, 사회 수업에서 배운 투표와 공약 개념을 미술 시간에 인계해 포스터 그리기 수업을 합니다. 인지주의 교육에서 ‘학습한 내용의 인출’이 강조되듯 융합형 수업은 최소한 ‘저번 다른 과목 수업 때 배운 개념을 기억해내고, 활용해본다’는 점에서 분명 유용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융합형 교육의 장점을 알고 적용하려는 시도가 존재하지만 진도 나가기 등 다른 우선순위에 가려 다소 소극적인 점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3. 체육과 복습, 연구할 수 있는 선생님

체육 수업에서 십진법 만드는 술래잡기를 합니다. 아마 고학년이었으면 이진법을 만들었을 겁니다. 글로 배운 교과 내용을 몸으로 복습한다는 아이디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현한 사례입니다. 10년 전 방영했던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도 책상에 앉아서 수업한 팀과 춤으로 수업한 팀이 영어 점수 대결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드라마 맥락상으로도 너무 한량 같은 춤 수업 특별강사가 패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는 반대여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식의 최초 전달은 말로 하는 강의식 수업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이후 다양한 감각으로 그것을 복습한다면 기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무엇을 더 가르칠지’보다는 ‘어떻게 해야 더 오래 기억할지’가 교사-학생-학부모로 이루어진 교육 공동체에 보편적인 생각으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 있는 한 ‘당장에 느려 보이는’ 창의적 수업을 구상하기가 교사 입장에서 쉽지 않습니다. 교사들이 창의적 수업을 자유롭게 연구하고 성과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과 제도가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4. 국어 수업에 관해

교생 선생님이 진행한 국어 수업의 핵심 아이디어는 ‘다양한 해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해설이 없는 텍스트를 읽고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식합니다. 우리나라 국어 수업은 교사용 지도서를 봐도 알 수 있듯 하나의 해석만 옳다고 가르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가를 용이하게 하는 장점도 있지만 적어도 학생이 자신의 관점에서 할 수 있는 ‘해설서’와 다른 해석이 틀린 해석이 아니라는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능의 중요성이 점차 줄어드는 현재 입시 추세가 이런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5.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교육은 역사적으로 검증된 내용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띤다고 여겼는데(그렇게 말한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수업을 바꿔라>에 나온 DAW(작곡 프로그램)을 이용한 가요 리믹스 수업, 추상화 애니메이션 만들어보기 수업처럼 미래에 필요할 지식을 배우는 교육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교육을 ‘진보적 교육’이라고 부르는 것도 옳지 못한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우려 같지만 정치적 프레임이 씌워질 수도 있고, 이에 따라 편가르기가 심한 한국 사회에서 특정 성향 집단의 전유물이 미래 교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교사마다, 학교마다 한쪽에서는 전통을 지극히 중시하는 교과서 강독 수업이 이루어지고 한쪽에서는 3D 프린터로 수학적 모형을 만드는 수업이 이루어져서 미래 지식 교육의 수혜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입니다. 교육은 시대적 입장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교육’이냐, ‘미래에 대비한 교육’이냐로 구분하는 시각이 중요하며 모든 교실에서 두 가지 교육을 같은 비중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6. 한국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수업 교구와 기자재가 학교에 많을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다각적 학습을 할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 사정상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의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 교육을 위해 모의 투표소 물품을 지원하듯이, 학교 밖 기관에 존재하는 교육 자원을 자신의 수업에 끌어오는 자료형 커리큘럼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실 <수업을 바꿔라>처럼 혁신적 공교육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엔 550만명이라는 핀란드의 인구가 좋은 조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폭이 큰 교육정책도 보다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었을 것이고, 예산 편성도 용이했을 것입니다. 코로나19로 활성화된 에듀테크 시장과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새 공교육을 적용할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방송에서 김성주 MC는 “남들이 하면!”을 특히 강조합니다. 모든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뒤처지기를 원하지 않으므로 일리가 있습니다. 시장경제가 낳은 불평등을 공교육이 해소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좋은 정책가와 교사는 상황의 이름으로 다가오는 기회의 풍성한 앞머리를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