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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주의 학습의 효용 : EBS <세계의 PBL> 13부 – 홍콩 EC 브리지 프로젝트, 영어 드라마 프로젝트, 뮤직 포크송 프로젝트

머니코드17 2020. 12. 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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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세계의 PBL> 13부 – 홍콩 EC 브리지 프로젝트, 영어 드라마 프로젝트, 뮤직 포크송 프로젝트를 보고 차례로 PBL 수업의 구성요소(굵은 글씨)를 정리해 보았다. 세 가지 프로젝트를 모두 분석한 후, 구성주의 학습방법 동의 여부와 그 이유를 작성하였다.

 

먼저 ‘EC 브리지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로 이어지는 다리(bridge)의 조감도를 그려보는 프로젝트이다. 이때 학생들은 단순히 미술 시간 한번 만에 아무렇게나 원하는 그림을 그려내고 발표하는 게 아니라, 몇 주에 걸쳐 ‘합리적인’ 다리를 만드는 조건들을 조사하고 그 내용까지 다리 그림 발표에 언급한다. 대기오염 문제로 인해 보행자와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니는 터널형 다리를 만드는 발표가 방송에 나오는데 좋은 예시다. 다리 조감도 하나를 그리기 위해 미술(보기 좋은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는 법), 건축(안전한 다리의 구조, 기둥의 배치), 사회(다리를 지어야 하는 이유, 지역사회의 문제)적 지식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EC 브리지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이 조감도 과제는 ‘학교로 이어지는 다리 조감도를 그리자’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조직된 학문 융합형 과제이다. 이 과제에서 문제 해결에 이르는 경로는 정해져 있지 않다(=교사가 설계한 미로이자, 비구조적 문제). 학생들은 스스로 길을 개척하기 위해 인터넷 조사 등 학습자원 활용, 중간 발표와 동료 평가로 추후 단계에서의 보완을 수행해야 한다. 교사의 미로를 통과하기 위해 자료조사 능력, 발표력, 동료 평가를 위한 비판력, 창의력, 계획 능력이 학생들에게 요구되는데, 이를 더 잘 계발하는 방법은 뒷부분에서 논의할 것이다.

 

‘영어 드라마 프로젝트’는 국어교육과인 내가 가장 참고하고 싶었던 PBL사례였고, <세계의 PBL>시리즈 중에서 홍콩편을 선택한 이유였다. 그만큼 가장 주의 깊게 본 프로젝트였다. 교사는 우선 학생들과 <20과 10>이라는 주제 도서의 배경지식과 인물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일종의 본격적 문제해결 단계 이전의 사전학습인데, 방송에서 주목한 부분은 아니나 교사와 학생이 수시로 질문-대답을 주고받고 이해를 끌어내는 과정이 매우 민주적이고 학생 입장에서 흥미로워 보였다. 1883년의 보빙사가 홍콩의 해당 교실을 보았다면 “학도접주 분별없이 훈장보고 둘러앉아 빈번히 문답하니 회초리와 호통없고 자는유생 없는지라.”라고 기록했을 것이다. 다음 단계인 문제 해결로 넘어가기 위해 철저한 내용 이해가 이루어지는 모습에서 ‘교사도 수업 주제인 책을 진심으로 읽었고 학생 눈높이에서 같이 알아가려는 준비가 되었을 때 저런 사전 수업이 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의 미로 목적지에는 책에 나오지 않은 인물의 감정, 플롯 등의 이야기 요소, 도덕적 가치, 자신의 삶과 연결해보는 경험이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들은 ‘극적인 전략’, 즉 소집단별로 이야기 속 장면 중 하나를 정지 형태로 연기한다. 물론 이 연기는 교사가 아닌 소집단 학생들이 주도하여 구상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요소를 넣어서 연기할지’, ‘어떻게 해야 관객이 더 배울 점이 많은 연기를 할지’를 토론하고 고민한다. 그래서 그들의 연기에는 최소 2개 이상의 복합적 사실들이 동시에 표현된다. 교사는 그 연기를 바라보는 동료(관객)들에게 최대한 많은 요소를 연기에서 관찰하도록 유도한다. 그 유도 방법도 인상 깊은데, 교사는 무대에 나아가 연기자를 ‘상황에 몰입한 등장인물로서’ 한 번 인터뷰하고, 관객에게 한 번 인터뷰의 마이크를 건네는 방식을 취한다. 남사당패 꼭두각시놀음에서 밖에 앉은 악사이지만 등장인물인 인형과도, 관객과도 동시에 대화를 주고받는 중요한 존재인 산받이 역할을 교사가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즈너(Eisner)식 표현적 결과 유도가 아닌 이상 어느 수업에서나 목표는 있기 마련인데, 이 목표와 직결되는 핵심에 학생들의 관찰이 근접하도록 교사는 지속해서 자극을 주고 문제를 조직하는 발문으로 핵심으로의 원심력을 발생시킨다. 국어(독서, 문학) 수업에서 역할극 수업은 많이 개발되고 시행되는 모델이지만 대부분 학교 현장에서는 시수 제한과 수행평가 용이성 등의 이유로 시나리오 발표하기, 멋들어진 영상 만들어오기 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국어 교과는 도구교과라는 점에서 구성주의 국어 수업은 학생 경험의 많은 부분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영상 등 결과물이 너무 강조되는 경우 촬영과 편집을 하는 학생이 ‘(더 많은 의미 구성이라기보다는 고통인) 덤터기’를 쓰는 경우가 많아지므로 학습자별 기여도가 동등해질 수 있도록 ‘비구조적인’ 미로도 잘 설계되어야 한다.

 

‘뮤직 포크송 프로젝트’는 학습자원 활용과 과정 중심 평가가 돋보이는 PBL 수업이다. 학생들은 소집단으로 나뉘어 동료 교사(이 동료 교사가 조별로 배정된 튜터인지는 방송에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로 배정된 튜터라면 더 많은 학생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으므로 효과적인 수업이 됐을 것이다.)와 함께 음악 시간에 가창할 포크송을 선택한다. 포크송도 지정된 후보 중에서 고르지 않고, 직접 인터넷으로 포크송에 관한 정보를 조사하고 자율적으로 부를 노래를 결정한다. 학생들이 생각보다 영악했다면 대충 부르기 편한 노래를 골랐겠지만 가능성 있는 결과로서의 수용적 자세를 지닌 동료 교사의 중요한 존재 덕분에 이야기가 달라지고 배움이 있는 포크송 프로젝트가 되었다. 학습자원을 이용한 조사를 거쳐 포크송이 결정되면 프로젝트의 목표인 ‘무대에서의 낭송’을 연습한다. 이때도 ‘영어 드라마 프로젝트’처럼 더 많은 볼거리가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한 브레인스토밍과 그룹 토론이 이루어진다. 늘 옆에 있는 교사의 피드백은 학생들의 문제의 추후 단계에서 그들 발표물의 수정/보완 작업에 촉매 역할을 한다. 비계를 가진 유능한 동료라고도 할 수 있는 교사와 함께 학생들은 공연 기획자가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포크송 미로를 통과하는 것이다. 2~3주의 논의와 연습을 거쳐 강당에서 조별 공연이 끝날 때마다 동료평가가 이루어진다(이때도 교사는 관객석에 같이 앉아 평가하는 학생들의 발문을 돕는다). 평가는 매우 솔직한 편인데, 친구의 점수는 자신의 평가보다는 실제 친구가 수행한 과정에서 더 크게 결정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리라. 효과적인 동료 평가는 과정 중심 평가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상의 PBL 수업을 통해 학습자는 자기주도적/독립적으로 지식을 얻고 통합하여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수동적인 종래의 수업에서 요구하던 기계적 기억보다 높은 수준의 사고와 노력을 토론과 협동에서 사용하므로 실전에서 그런 행동이 단련되지 않은 학생보다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유리해질 수 있게 된다. 착실히 주입식 수업을 듣고 일제고사를 쳤으나 개성을 표현해보라는 대학과 기업의 요구에 쩔쩔매고 자기계발과 취미 클래스를 찾아 헤매는 현대의 대학생들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기계가 하는 것은 시행착오와 기억, 사람이 하는 것은 통찰과 의사결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구성주의 학습방법 적용에 동의하는 이유이다. 구성주의/프로젝트/문제해결 수업이 단순히 노는 수업이 아니라 유능한 의사 결정자이자 문제 해결자가 되는 과정이라는 확신을 학습자가 갖도록 학교가 좋은 의미 구성 경험을 선사해줄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다음 2가지 사항이 보완된다면 구성주의 학습방법이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 문제없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1. 질적 측면에서 ‘좋은 구성 경험 선사’를 다루어보자면, 극단적으로 말해 학생들은 구성주의 수업 때 “점수를 잊어야” 하는 것이 맞다. 활동 중심 수업의 효용성 문제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항은 크게 수능/내신과의 관련 부족 및 수행평가 부담이다. 학습과 평가의 아귀가 정책상 맞지 않는 것이다. 절충안의 문제가 확인되면 변화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구성주의 수업의 평가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를 지향하므로 소그룹에 배정된 튜터가 작성한 정의적 소견서를 평가 자료로 삼는 것을 제안한다. 튜터는 소그룹별 학생들의 미로 통과 과정을 참여관찰하며 학생별로 특히 잘 발휘하는 능력, 주도적으로 행동한 상황, 미숙한 점을 중심으로 생활기록부를 쓰듯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 대한 소견서를 작성한다. 이러한 소견서 형태는 학생부 종합전형 입시담당관이 선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소견서의 질에 교사별 편차가 생기지 않도록 작성 요령을 명시하거나, 관찰해야 할 사항의 체크리스트를 교사 연수에서 제공하는 방법도 좋다. 소견서상 부족한 점(예를 들어 창의력)이 있는 학생은 프로젝트 도중에 실시되는 순회지도 상의 피드백뿐만 아니라 소견서 작성을 포함한 총괄평가가 끝난 이후에도 상담(학부모-교사-학생의 삼자대면 형태라면 최상일 것이다)과 다음 학기 선택과목 결정 등으로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전투는 작전이 하고, 전쟁은 군수가 한다.”를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군사(학생)보고 잘 싸울(능력을 잘 발휘할) 것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떨어진 병참과 병력(부족한 능력, 결함)을 보급과 부상자 호송(피드백, 총괄평가, 상담, 컨설팅)으로 제때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글의 첫 문단에 언급한 ‘미로 통과 능력을 계발하는’ 핵심 방법이다.

 

2. 좋은 의미 구성 경험을 고민할 때 다뤄야 할 또 다른 사항은 문제가 실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수업과 질 좋은 실습을 위한 학교의 요청에 지역사회와 산업계는 손을 내밀어줘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아침마다 가는 학교를 사회와 분리된 곳이 아니라 사회로 연장될 수 있는 곳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형태에만 집중한 교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자신의 수업과 자신의 학생들만을 위한 ‘꽃밭 조성’에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가상의 학자, 가상의 시민단체와 모의 토론을 하고 모의 신문을 내어 자신들끼리 돌려보기보다는 보고서와 예술작품을 실제 대중에게 전시하고 업계 최신의 기술과 공학 시스템을 소개받고 체험해볼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있는 것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 때 더 많은 학생이 적극적으로 자기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의 규모는 예산이 결정하므로 산업계와의 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렇듯 구성주의 학습은 막대한 시간과 자원, 노력을 요구한다. 2020년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초등학교는 21.8명, 중학교는 25.2명인데 담임교사/교과교사 1명이 맡은 모든 학생을 동일한 정성으로 평가하려면 강제 유급휴가가 주어져야 한다. 그 어처구니없는 손실은 자유학기제(자유학년제)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현재 확정된 사항인 고교학점제가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구성주의 수업은 고교학점제가 권장하는 수업 형태와 상성이 좋다. 이것이 내가 구성주의 학습방법에 동의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프로젝트형 수업을 실시하고, 학년 구분 없이 ‘같은 것을 배우는 학습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체험해볼 수 있다. 교사는 앞서 언급한 소견서 등을 활용해 과정 중심, 교사별 성취평가제를 실시하고 Fail(미이수)을 받은 학생에게는 보충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소견서를 제외하면 모두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최종 완성단계 예상 모형이다. 인프라 조성과 도농 학교 간 격차 등의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겠지만 고교학점제가 앞서 말한 2가지 개선점을 해결하며 정착하고 교원 수급이 튜터 배정에 용이하도록 ‘안정화되면’ 우리나라 중, 고등학교는 기존보다 더 많은 잠재적 고급인력을 배출할 것이다. 과도기를 거쳐간, 거치게 될 학생들이 불안정한 학교교육을 받고 방황하지 않도록 4차 산업혁명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중심의 평생교육이 제공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