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문학

생각의 드릴

머니코드17 2020. 12. 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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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드릴을 갖고 그걸로 상황을 뚫을 줄 알아야 한다.

 

무슨 말이냐고?

 

나같은 발산적 사고를 하는 놈은 흔히 말해 뒷심이 부족하다.

 

세상을 지배하는 수많은 방법이 떠오르지만 어느것 하나에도 그걸 행동에 옮길 계획을 취해본 적이 없어 늙어가도록 더벅머리로 방구석에서 신세한탄이나 하게 된다.

 

A라는 계획이 아이디어 형태로 떠올랐다고 치자. 성숙하지 못한 발상가는 그걸 그냥 썩혀놓는다. 기껏 브레인스토밍한 종이를 "자. 수고했다."하면서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넣는 거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될 상황에서 A에 관한 생각을 멈추고 싶은 (귀차니즘이라는) 욕구를 억제하고, 고통스럽더라도 그걸 실제 세계로 가져올 방법, 계획, 손써놔야 하는 것들 따위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리스트 중에 하나만이라도 훨씬 더 귀찮지만 행동에 옮겨본다면? 10분의 1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어느새 몰입해 2분의 1을 하게 된다는 법칙에 따라 A가 현실세상에 구현될 확률은 증가한다. 이런게 뒷심인 걸 이제야 알았다.

 

기껏해봐야 휘갈겨놓기만 한 종이 위의 계획을 굳이 고생해서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에 드릴이라고 했다.

 

이미 성공했거나 큰 성공을 위해 지금 미리 작은 성공을 쓸어담고 있는 '경쟁자'내지 '우월자'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이 뒷심. 이 뒷심을 굳이 고생스럽게 드릴로 만들어 부려야 하는 나같은 발산적 사고놈, 무조건 새로운 생각만 좋아하는 놈은 의도적으로 이미 했던 생각에 구멍을 파고 거기 고여있어볼 필요가 있다. 그 구멍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거다. 심지어 그 구멍에 머무르는 일 자체가 이득인지 손해인지까지도. 이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못하는 일을 명확히 아는 것과도 연결된다.

 

어떤 책에선 GRIT이라고도 부르지.

 

태초에 나는 사소한 것에도 물고 늘어지며 어차피 망할 공부 계획이나 빡빡하게 세우는 '뒷심가=경쟁자=우월자'들을 따분하다고 생각했고 그들과 반대로만 살려고 했다. 흐느적흐느적 한량한량. 세상에서 휴식과 허무주의 예술이 용인되는 부분은 적기에 만사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보는 일은 거의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생각의 드릴을 갖고 물고 늘어질 줄 알아야 한다. 지도 위에 화살표가 그어진 전술은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생각이며 맞는지 틀린지 검증하느라 시간이 필요했고 어느날 갑자기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다며 호들갑떠는 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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