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국어 아이디어

국어교육은 어떻게 게임에 접목될 수 있을까?

머니코드17 2020. 7. 2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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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을 잘 준대서 우연히 들었던 교양이 '와버린' 전공에 대한 내 비전을 형성해주었다.

학창시절에 국어 교과서를 읽어주기만 하고, 국어 교과서에 나온 것들만을 설명하다 가버리는 선생님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또 국어과 소모임 형태로 세종시로 자유학기제 지원사업을 나가고 있는데, 춤이나 성우극회 등 가르치는 성격이 뚜렷한 다른 학과나 동아리와 달리 저희 팀은 수업시간에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국어교육과를 나온 교사는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지만, 다른 교과에 비해 자신이 가르치는 국어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말을 할 줄 아는데 국어를 왜 배워요?”하는 학생의 물음에 명확하게 대답하기가 국어 교사로서는 쉽지 않습니다. 위의 학생이 국어라고 생각하는 의사소통이라고 결론짓기엔 학생의 질문처럼 국어를 학교에서 가르치는 의미가 없고, 시나 희곡 등 문학 작품이라고 하면 국어국문학과보다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가르치고자 하는 국어 지식과 그것을 가르치는 방법론을 적절히 결합해서 가르치는 일을 하기 위한 학과가 국어교육과라고 말을 할 순 있으나, 또다시 국어지식이 어디까지인가( : 국어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들 만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지 않은 채 막상 학교 현장에선 국어 교과서를 읽어주기만 하는 상황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와 같은 애매한 정체성이 근본적으로 국어교육과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실생활과 학교 교육용 국어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지 않도록 국어를 학생들이 접했을 법한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맞춤법과 같은 문법을 가르쳐야 할 때, 문법 규정이 존재하니까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문법 규정이 존재하는 이유인 국어 사용자의 원활한 국어사용이 국어 사용자인 학생들의 필요이므로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국어를 가르쳐야 하며, 학생들이 자신들이 받는 국어 수업으로써 자신들의 생활에서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문학도 이런 목적에서 제외될 수 없는 게, 미국은 제도권 문학 교육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아이들이 가정에서부터 일종의 교리처럼 알게 모르게 시를 전해듣고, 생각을 시처럼 암시적으로 또는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그런 소양은 말만으로도 청중을 웃게 만드는 스탠드업 코미디부터 심슨과 같은 고도로 기법이 발달한 풍자만화까지 문화적 산물을 낳는 원동력이 됩니다. 국어가 언어 사용자 개개인의 이러한 소양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할 때, 상대적으로 메마른 한국 사회에 생동감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교육과 우리 문화 창달과 발전에 기여하는 교육은 국어 교육이 학생들의 필요에 부합하게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며, 수능과 같은 제도의 개편과 상관없이 평가받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표현과 점검에 임할 수 있는-활기 있는 중고등학생의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은 교육에 있어서 제도권 밖의 내용을 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학교에서 가르치라고 정한 제도권의 교육과정은 표준적인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자질과 지식을 함양시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학생이 학령기에 배우는 내용의 전부라면 학생 개인의 인생 전체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고, 보람이나 이득보다는 상처나 손실이 더 클 것입니다. 경험상으로 상대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 목적지로 가는 최단 경로를 찾고 민첩하게 행동하는 방법 등부터 기본적인 경제 관념, SAVE, LOAD, ARTILLERY, MORALE, COMBAT 등 몇 가지 영어 어휘들도 학교교육에서보다 먼저 게임을 통해 터득했습니다. 전반적인 생활에서 민첩성을 기르는 데 다양한 게임이 잠재적으로 그 교육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게임의 특성을 교육에 접목시키려면, 게임이 지닌 그러한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되 제도권 교육인 학교 교육과 괴리 없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게임이 흔히 말하는 교육용 게임의 이미지처럼 너무 건전해서 학생의 흥미를 떨어트리지 않으면서도, 자극과 폭력성만이 전부인 게임이 아니라 간단한 퍼즐이나 조작, 시뮬레이션으로 개체가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게임이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어교육과 게임은 문자로 표현되어져야만 하는 언어를 게임으로 흥미 있게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겉보기에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교과내용 중 주변적인 수준에서 게임이 교육의 대체를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문학적, 국어사적 지식 교육에 게임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문학의 예를 들자면 청록파, 모더니즘과 같은 문학사조를 들 수 있는데, 게임에 그러한 사조들의 특징을 지닌 개체를 보여주고 학생이 그걸 구별할 수 있게 하는 훈련을 반복한다면 문예사조의 특징을 직접교수법 수업에서 그대로 듣는 것에 학습활동이 더해져 각인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어사적으로는 세책가와 방각본 판본이 탄생한 조선 후기의 시대 상황, 훈민정음 창제 이후 신분별 언어생활의 변화 등을 역사 시뮬레이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형식으로 제시한다면 학생이 우리말과 한국사를 넘어 민족문화 자체에 더 흥미 있게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 첨언하자면 국어의 하위분야 중 문법을 담당하는 '국어학'은 국어의 수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교과적 성격이 가장 강하다. 따라서 게임으로써 학습과정을 구조화, 계열화하기 가장 용이할 수 있다.

중학생 수준 : 단일어-복합어, 품사 구별하기, 음절의 끝소리 규칙 추적해보기, 국어의 로마자 표기


고등학교 저학년 수준 : 형태소 분석하기, 첨가/탈락/교체를 포함한 음운 변동과정 추적해보기

 

이렇게 단계별로 내용 제시를 최적화해볼 수도 있다. 교육부가 내려준 국어과 교육과정을 게임은 뷔페마냥 '취사선택' 하여 나름의 교육과정을 짜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안 그래도 재미없는 이 내용을 게임은 최대한 재밌게 제시해야 하고, 학생이 이 게임을 한 경험이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인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잠재적 국어게임 개발자님께 감놔라 배놔라 하는 글 같지만 사실 그 개발자는 내가 되고 싶다. 국어게임으로 시작해서 전세계 교육용 게임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다. 게임계의 백종원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