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국어 아이디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효과적인 인문학 교육

머니코드17 2020. 7. 26. 11:53
728x90

대학교 1학년 때 교육학개론 과제로 쓴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발달한 기술들을 인문학을 가르치는 데 쓸 수 있을까요? 제 고등학교 진로 선생님은 시도 때도 없이 페이스북에 신기술에 관한 기사와 동영상을 공유합니다. 보다 못한 제가 댓글을 달았습니다. “근데 학교에서 수학 과학이 저리 역동적으로 가르쳐질 동안 인문학은 어떻게 가르쳐질까요?” “공자(孔子)가 살아날 것이다. 저는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저에겐 인상 깊은 두 개의 TED가 있습니다. 하나는 컴퓨터에게 반복 훈련을 시켜 많은 사진 중에서 검색한 조건에 맞는 사진을 골라내게 하는 기술(딥러닝)에 관한 TED였고, 다른 하나는 시뮬레이션으로 현실에 최대한 가까운 실험실을 구현하여 실제로 하기 위험한 실험들을 하고, 전통적 강의를 아득히 뛰어넘는 학습 효율을 이끌어내는 사례의 TED였습니다. 저는 두 TED 각각의 주제가 효과적인 인문학 교육을 위한 핵심적인 테크놀로지 요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시뮬레이션과 딥러닝.

 

시뮬레이션은 공자가 살아나는 것 그 자체입니다. 미래의 교육 연구자들은 교육에서 시뮬레이션이 지구의 탄생과정 구현이나 수학 공식 설명이나 가상 실험에만 쓰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고대부터 시작된 삶과 사회, 종교에 대한 사유를 이어온 학자들이 어떤 시대에서 자라났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그들이 낸 목소리가 사람들이 사는 법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학생들이 생생히 체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VR이 된다면, 학생들은 공자의 제자가 되어 언덕에서 공자님이 말하는 걸 듣고, 이후 백성들이 인의예지를 지키며 살아가는 걸 보거나 루소의 사회계약설과 인민주권론이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것입니다.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더 많은 감각을 시뮬레이션에 동참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한 편의 영화처럼 재밌을 것입니다. 교육이 지금 보이는 여러 문제점들로 비추어 봤을 때, 교육이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재밌어야 할 필요는 분명 있습니다.

 

딥러닝은 한마디로 학자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입니다. 사상가들이 저마다의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안에 하나의 독특한 사고 기제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고 기제를 학자가 살았던 환경, 저서의 내용 등을 컴퓨터에게 학습시켜 패턴화하면 학생들이 가상 아우구스티누스에게 현재의 고민을 묻고 답변을 들을 것입니다. 마치 함수를 다루듯이 말입니다.

 

이렇게 인문학 교육에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것의 목표는 인문학이 학자들의 말을 마냥 외워야 할 이론인 게 아니라 학습자 삶의 모든 국면에 적용할 수 있는 생활의 색깔이라는 점을, 즉 아주 쓸모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인문학을 사랑하게 하여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우리들은 인문학의 쓸모를 알고는 있지만 배우는 방법이 건조했기에 인문학을 쓸 곳이 없는 각박한 실제 삶 앞에서 한숨을 쉽니다. 다음 세대부터 그러한 한숨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칠판 앞에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를 하는 게 교사의 통념이자 오랜 로망이어왔습니다. 저도 문학의 아름다움을 멋들어지게 설파하고 싶어서 중학생 때 처음 국어교사의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스타 같은 교사상은 테크놀로지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할 듯합니다. 슬퍼하지 마십시오. 언제나 학생을 위해야 하고, 따라서 학생이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사들에게는 아직 많은 역할들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