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 일에 관심 없음
'남의 집 제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난 이 속담과 정반대로 산다. 살면서 무간섭주의가 오지라퍼를 이기는 광경을 너무 많이 목격했다. 힘든 내 앞가림에만 정신을 팔다 보면 그들이 가진 단점으로 말미암아 몰락할 사람은 몰락하고, 남들끼리의 이해관계가 교통정리되어 내가 낄끼빠빠할 자리를 확정해 준다. 이 성향의 치명적 단점은 그 모든 과정에 나의 주도권이 없고 인간관계의 모든 결과에 승복해야만 한다는 점이다(수동적). 나는 중등교사가 될 예정이고 성인이 되기 일보직전인 애들과 지낼 텐데 그들이 저마다 하나씩 "뭘 하고 싶다."는 방향을 갖고 학교를 나가게 하고 싶다. 그게 내가 교사로서 1차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다. 그런데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친구가 문제를 끝내지 못한 채 초라하게 인생 준비기를 마감하는 걸 '내가 건들면 안되는 쟤만의 사정이 있겠지. 학교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나보다 뛰어난 조력자는 널렸다. 결국 사람을 구제하는 건 부모의 돈이다.'라며 팔짱 끼고 내버려둘 것 같은 내 자신이 두렵다. '교사는 조력자, 안내자 역할'이라고 각종 세련된 교육 이론들에 고맙게 규정된 교사의 간섭 범위를 볼 때마다 맹목적인 동경보다는 측은지심이 든다. '이 이론의 개발자 역시 프라이버시 무한 존중 성격이었던 게 아닐까?' 교사는 오지랖이 곧 직업정신의 일부인데 이를 성격적으로 거부하는 내가 문제다. 최소한 학생의 인간성이 아닌 학습 과정, 학습 결과물에 대고는 무한히 집적거려야 할 것이다.
2. 빠르고 부정확한 딕션
어릴 적 나를 압박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또박또박, 카랑카랑한 발음으로 나를 다그쳤다. 이쯤 되면 나는 그들과 모든 면에서 반대로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즉 나는 입으로 말하는 동작이 힘들지 않다. 혀와 입술을 적게 움직여 웅얼웅얼댈 때만. 술 먹고 혀 꼬인 우원재라고 보면 된다. 아나운서급은 아니더라도 대충 정확한 표준 서울 말씨로 글을 읽거나 말을 하면 3어절 이내에서 발음이 뭉개지거나 틀린 글자로 읽는다. 임고 2차 광탈감이다. 아마 무한히 발표 연습을 해야 할 거다.
3. 좌파가 아님
'교무실의 열에 아홉은 진보다'란 유언비어가 사실이 아니길 간절히 빈다. 교사이기 이전에 시민이므로 당연히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그걸 아이들 잘 키우기만 바래야 하는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건 이데올로기다...란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수업시간과 정치 참여시간을 구별할 줄 아는 교사님들이 많을 테고, 그냥 순전히 '시장우선주의, 여성 인권은 남성과 동등한 수준에서 존중받아야 하고 그 역도 가능해야 함'까지만의 이념을 가진 내가 좌파색이 짙은 교사 집단에서 미움받을까봐 두렵다. 가끔 정치인의 외모만 보고 sns 팔로우한 다음 지지한다고 하고 반대파는 배척하는 단순한 정치관을 가진 교사님이 있던데 그런 분의 맹목성에 오랜 관찰과 분석으로 다져진 나의 철학이 짓밟히는 상황이 제일 무서울 것으로 전망한다. 1.에 이어 '맹목'이란 말이 한번 더 나왔는데 맹목적인 선호를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해본 적이 없다. 언제나 관측된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기 때문에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다.
4. 교과서를 싫어함
솔직히 요즘 교과서 디자인과 내용 구성은 따분하다. 20세기야 교과서 펴내는 방식이 곧 실제 세계의 정보전달 방식이었으니 할 말이 없지만 다들 유튜브에서 자기 관심분야를 취사선택해서 보는 지금 수십가지 출판사에서 학교에서 쓰라고 찍어내는 교과서들은 권위적인 교육과정이 주문한 종이낭비다. 현재 회사에서 보고서 인쇄를 하는 이유는 어르신들 보기 푸근하시라고다. 코로나가 어쨌고 저쨌고 하는 동안 한국 공교육이 지금처럼 쥐똥만한 예산 쪼개고 교사들 EBS에 안 보내고 하다 보면 강남스타일/BTS와 함께 태어난 2010년대생 청소년들은 기성세대 입맛에 맞춘 종이 교과서에 (샘 말씀 그대로 받아적은)필기한 거나 들여다보며 딸딸 외우고 있을 것이다. 중국 학생들이 AI에게 안면인식 당하며 집중/안집중 판별당하는 등 학습과정에 간섭당하며 '어느 정도' 구성주의 교육을 실현하는 동안. 현대문학 텍스트는 일제강점기 작품에서 좀 더 실제성 있는 제재들로 갈아치워져야 하고(일제강점기 작품들이 친일파가 썼다느니 등등 이유로 쓰레기라는 말이 아니다. 서양식 작법이라지만 이젠 고전문학으로 이동해도 된다. 학생이 21세기부터 현대로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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