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오픈 알바를 하다가 손님 자리등록용 노트북이 인터넷 먹통인 걸 발견했다.
손에 청소기와 소독걸레를 들고 뒤로는 똥이 마려운 길이었으므로 대충 껐다 켜고 와도 해결이 안 됐다.
분명 와이파이는 빵빵하게 터지고 있는 걸 내 핸드폰으로 확인했으니 문제는 노트북이 인터넷 감지 기능이 아예 없는 거랑 다름없는 상태라는 걸 화장실에서 깨달았다.
fn+무선 버튼을 눌러 와이파이 잠금을 해제하니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별 거 아닌 일이었지만 내가 조금만 더 컴맹이었다면 그 층으로 들어오는 모든 손님의 좌석배정을 내가 대신 맡아주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인수인계사항에 오바를 하겠지. "손님용 출입시스템 노트북이 인터넷을 아예 못 잡습니다. 수리 필요합니다." ㅋㅋ
문과 집단에서 그나마 컴퓨터를 잘 '활용'한다고 인정받는다(가끔 컴과도 이긴다). 목적 달성을 위해 뭘 해야 되는지를 빨리 알아낸다. 군대에서도 사무실의 컴퓨터 업무 심화는 내가 도맡았던 것 같다. 일병때 파워포인트(군대니까 한쇼)로 창고 지도 그리니까 군인정신이 없다고 갈구던 반장이 어이없는 신임을 보내왔다. 그 후로 간부가 바뀌고 내가 전역할 때까지 창고병으로서의 본업(상하차, 전산거래) 이외에 컴퓨터 앞에서 머리 싸매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지명당한 것은 내가 없는 곳에서 선임들이 구전 추천을 해서겠지... 말년엔 그저 대대 무기고 출입시스템 고쳐주는 병사였다. "어 군수과 저기야.. 이거 안열리는데 어떡하냐?" "병사 걔 있습니다 부르십쇼" 간부의 일을 나눠가져서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생활복 차림으로 하는 주말출근은 포상휴가를 가져다줬지만. 그거면 됐지^^
코딩까지 할 정도로 컴퓨터를 기깔나게 잘하고픈 마음은 없다. 내 인생 항로 중에 그럴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이것저것 길을 다 짜놓고 그거대로 움직이게 하는 데 집중하는 '코딩 교육'을 받기보다는 그런 쪽에 재능 있고 축복받은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훌륭하게 활용하고 싶다. 정보처리기능사보단 컴활이라는 거다. 사람들은 내게 좋은 만년필을 만들어주고 나는 도화지 위에서 그 만년필로 내 세계를 그려나가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생존하면서 다져온 어느 정도의 임기응변력과 어느 정도의 계획실천력은 내 세계를 그리기 위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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