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7

(고3) 수능날 옷은 제일 '자신 있어지는' 옷으로

나는 체크남방+청바지 애호가였다. 대학교 1학년때까지. 한창 20대 인맥이 확장될 그 시기에 '시류와 반대로 가는' 패션을 사시사철 착용한 그 시절 흘린 땀은 외로운 소주잔에 영원히 채워질 것이다. 고3때도 당연히 그 옷을 입은 나의 모습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사복이었던 우리 고등학교 수백의 동창들은 나를 항상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체크남방+추리닝(실용성을 위해 청바지는 작정한 외출날에만) 차림으로 복도를 활보하던 모습으로 나를 기억할 것이다. 목 부분이 칼라인 걸 선호했어서 여름에도 무조건 카라 반팔티를 입은 것 같다. 중요한 건 확고하며 입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던 옷차림(컨디션 조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어, 사문이 점수대가 안정되지 않아서 수능때 '자신감빨'이 굉장히 중요한 케이스였고 무슨 ..

수험 처세술 2020.07.17

(고3) 운동은 하면 좋은 것 같다

남자의 90%가 좋아하고 한다는 축구는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가뜩이나 감성적이었던 성격에 보수적인 명문고 기숙사 생활에서부터 군대스리가를 주입당한 결과다. 운동은 안 해도 어떻게든 살아질 것이라는 인생관은 더욱 절망적으로 변했다. '평생 스포츠와 담 쌓고, 체육 시간엔 절대 땀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명문고의 학풍에서 소외된 체육선생의 방임형 수업은 그런 내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했다. 내 기본 체형 자체가 과체중에서 자연스레 돌아온 보통 체형이기도 했다. 많이 먹으면 찌고, 적게 먹거나 좀 많이 걸은 날이면 빠지고. 비만이 되지 않는 것만이 내 운동이었다. 상의 사이즈가 100에서 95가 됐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나는 나의 왜소함이 자랑스러워지기까지 했다. 나 여자였나..? 나의 마름을 ..

수험 처세술 2020.04.09

(고2) 모의고사 국어 푸는 순서

화법/작문/언어(문법) -> 문학 -> 독서(비문학) 화법작문언어는 국어 고득점을 목표로 한다면 웬만큼 잘 닦아놨을 '워밍업 스테이지'가 돼 있을 것이다. 문법 마지막 문제까지 푸는 데 늦어도 20분컷을 목표로 빠르게 국어뇌를 워밍업하자. 2017학년도(2016년 시행) 6평부터의 통합 국어는 문법 문제가 문학 지문이랑 합쳐서 나오는 등 지문 길이가 길어지는데 문제 푸는 데 활용할 부분은 옛날 스타일의 간략한 개념설명 분량이니 핵심을 잘 추리면 된다. 문학을 먼저 푸는 이유는, 읽을 지문도 길고 딸린 문제수가 많아서 촉박한 상황에서 당황하면 우루루 틀려버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문학만큼 지문을 디테일하게 읽을 필요는 없지만, 비문학 과학/금융 지문에 털릴 때를 대비한 보험을 비축해둔다는 느낌으로 정성..

수험 처세술 2020.03.29

(고3) 필기법; 적-청-흑

필기는 프리스타일이라서, 자신이 가장 좋다고 느끼는 방법으로 필기를 하면 된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해 본 사람, 특히 필기를 많이 해 온 사람은 자신만의 필기법을 가지고 있다. 단 빠르게 필기법 정립을 해야 할 경우 빨간펜, 파란펜, 검은펜 3가지를 사용하는 적-청-흑 필기를 추천한다. 검정 : 일반적인 필기 내용, 정보 파랑 : 예시, 예시로 삼을 만한 교재 내 텍스트에 밑줄용 빨강 : 정말 중요한 내용, 검은색 필기내용에 밑줄/별표용 꼭 위와 같은 목적에만 색깔을 활용할 필요는 물론 없다. 신호등처럼, 색깔을 목적에 매칭시키는 자신만의 규칙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색깔 3개 정도면 여러 색이 들어있는 멀티펜뿐 아니라 일반 단색 볼펜들을 손에서 교체해가며 필기하기에도 적당하다. 나는 시그노 적색, ..

수험 처세술 2020.03.26

(고3) 교실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려라

아직도 도서관이나 독서실 칸막이 책상에 들어가기를 꺼린다. 공부가 최대로 잘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나 들어가는 곳이다. 철저히 내 취향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부 장소는 개방된 책상 위, 그것도 1인용 공간만 있는 좁은 교실 책상 위이다. 그러나 단지 취향이라고 치부한 다음 매일 자습시간을 이동시간으로 좀먹고, 수능 직전까지 독서실의 적막과 칸막이 속에서 안전을 만끽하다가 고사장으로 나와 버린다면 문제는 생길 것이다. 교실은 곧 수능 고사장과 동일한 환경이다. 급우들이 내는 적정량의 소음은 몇 개월씩 듣다 보면 수능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오래된 마루를 밟고 삐걱거리는 소리, 옆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 수학 푸느라 연필 문대는 소리, 히터 소리 따위에 면역이 되게 해 줄 것이다...

수험 처세술 2020.03.25

(고1) 지금 내게 문제를 알려주는 친구가 재수하고, 내가 현역으로 갈 수도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선행학습을 하나도 안 해갔다. 정확히는 개념서로 1단원을 눈만 바르고 가는 정도에서 그쳤다. 그게 나를 명문고로 보내서 기쁜 동네 수학학원에서 한 달 안에 해줄 수 있었던 조치였다. 교실에서는 (중학교에서 봤고 존경했던 품격 있는 선생님들보다 상대적으로)가르치는 법 자체를 모르는 듯한 선생님이 삼차방정식의 해를 구하고, 복소수를 자유자재로 다루다가 "이거 다 너네들 아는 거지?"하면서 넘어갈 때, 아는 게 조립제법밖에 없었던 나는 부호화시켜서 기억할 수 있는 정보란 "조립제법은 조선시대의 조립제라는 수학자가 만든 거래"라는 유치한 조크밖에 없었다. 다행히 옆자리의 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친구는 출신지역 학원에서 수학 선행을 기하-벡터까지 빵빵하게 한 다음 그 학원 반 동료들이랑 같이..

수험 처세술 2020.03.24

5월 귀가 (2016)

블로그는 요새 내 일상담기에 철저해지고 있다. 이런 것까지 적다니.. 그래도 귀중한 귀가기간인 이유는... 내신시험이 없는 평화적인 귀가거든. (내신시험 마지막날, 귀가 하루전 : 전진!!!! 더 공부해라!! 카페인을 몸속으로 더 처넣어!! 박카스를 빨아!! 그냥 자지 마!! 지금부터 24시간 후엔 우린 집가서 야동을 보고순화했다 있을 거니까!!!!) 5월 27일 00시~03시 : 난 침대에서 내 블로그 서로이웃인 PGD와 함께 노트북으로 이런저런 걸 하고 있었다. 건메이헴이라던가, 뷰티 인사이드에서 한효주 예쁜 장면을 노리면서 캡쳐했다던가. 이건 타이밍 잘못 맞춰서 찍힌 이범수 기숙사의 종소리가 아침 7시에 잠든 나를 걷어찼다. 몇시간 후에 나는 교실에 앉아 오전 수업을 듣고 있었다. 40분짜리 단축수..

기록문학 202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