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들을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위에서 아마겟돈처럼 스트레스가 내려온다. 학회장이 되겠다고 한 건 내 임고 수험생활의 난이도를 두 단계쯤 높여놓았다.
낮에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그쪽 일에 정신을 뺏겼다는 사실이 열불나서, 저녁 샤워 물줄기에 머리를 문대며 다 씻고 '이 시간대 안 하던' 공부를 들입다 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렸고 이행한 후 쓰는 글이다.
공부를 하면서 생각해보니 내 기분 전체를 지배하는 이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원인은 지배역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트레스라고 인식하는 것의 문자열이 ASVYBPOQZ라면 정작 내 하루 기분 자체를 좃같게 하는 원인은 중간에 숨어있는 B쯤이라는 거다. 나머지 문자들은 B로 인해 쑥대밭이 된 감정이 쉽게 다루어버릴 수 있는 일조차 편집증적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게 만든 결과라는 거다.
"어떤 근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 근심을 해체하기 위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떤 행동이라도 취해라."라는 말을 믿는다. 정신에 비해 행동하지 않음에서 오는 무력감이 근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몇 시간 전 나는 B에게 발길질이라도 걸기 위해, 발길질을 거는 플랜을 급히 윈도우 스티커메모에 적어두었다. 때가 되면 그 스티커메모에 적힌 행동을 취하기만 하면 된다. 이걸로 나는 '결자해지'의 '해'자만 예비하고 있는 꼴이 되었다. 따라서 오늘 밤은 스트레스 겨워하며 어렵게 잠들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스트레스의 문자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모든 문자열이 생겨나게 한 근원을 찾는다. 그 근원을 붙잡고 일단 씨름을 걸면 다른 일(나를 위한, 아~주 소중한)까지 방해하는 스트레스 자체는 달아난다. 결과야 죽, 밥, 떡이 되었든 스트레스가 없는 나는 그 결과 앞에서 최소한 당당해질 수라도 있다. 나 대신 화내고 쪽팔려할 다른 사람들이 곁에 많이 남긴 하겠지만. 어차피 그 순간부터 그 붉으락푸르락 면상들은 세상에, 특히 조선에 하고많은 참견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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