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치호랑이 교육과정(커리큘럼)'이라는 우화를 빙자한 이론에서도 알 수 있듯, 구 커리큘럼이 '낡았다'는 비판에 맞서 주로 내세우는 주장은 '우리가 가르치는 전통에는 그 교과를 대하는 기본적 정신이 들어 있다.'이다.
때문에 나는 기존 커리큘럼에서 '정신'만을 추출한다면 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커리큘럼과 학습제재를 수월하게 받아들이고, 옛 커리큘럼을 학습수준에 차이가 있는 학생들이 인내로 공부하며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평소에도 국어 교과에서 '현대문학'으로 분류되는 일제 강점기~1970년대까지의 문학 작품들을 모든 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알고 있어야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운수 좋은 날>에서 일상 속에서 모순을 발견하는 주인공의 비극적인 마음,
<서울, 1964년 겨울>에서 같은 공간에서 대화는 하지만 자기 할 말 만 늘어놓고 친교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헤어져버리는 도시인들의 메마른 감정 등 내면 깊은 곳의 인간적 모습은 공감하고 배울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광장>에서 두 가지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을 통해 당시 사회상과 '과거의 목소리'를 엿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내면의 모습과 시대의 목소리가 20세기에서 끊겨버린다면 국어 커리큘럼을 완전히 학습한 학생들은(표면적 공부만 열심히 해서 그렇다고 믿는 학생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커리큘럼이 지정한 시대까지의 사람처럼 생각하게 된다.
2000년대와 2010년대는 정서상으로 분명히 다르며, 현실주의 국제관계가 부상한 2020년대는 또 다른 정서가 지배할 것이다.
이전 시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인간적 가치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인간적 가치 역시 학교가 가르쳐 주는 세상의 일부로 편입된다는 사실을 느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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