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문학

밤에 쓰는 글

머니코드17 2020. 9. 1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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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너무 안 온다.

 

읽을 책도 없다.

 

누우면 침대가 눅눅하고 온도는 추움과 더움의 양극을 오간다.

 

코감기까지 걸려서 체온조절이 더 안되는 것 같다.

 

뭔갈 하다가 지쳐 수면욕이 내 몸에 가해지는 불편을 이길 때까지 기다렸다 잠들어야 한다는 처지가 역겹다. 그리고 지금도 그 짓을 하고 있다.


요즘 나는 강제개행을 하는 식으로밖에 글쓰기를 못 하나 보다.

 

좋은 연설문이지.

 

내 인생에 연설은 없을 거라고 점쳐놓은 시절 써놓은 글은 문단 구성이었다. 모든 걸 설명하려 했고 모든 걸 조심했다. 자진해서 세상 속에 은둔하길 원했던 그때로 돌아가길 원치 않으면서도, 그때만큼 순수한 태도로 생각과 탐색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현재의 한계가 아쉽다.

 

나는 매우 최근에 갖게 된 이 외향적인 태도가 앞으로의 내 삶에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껏 내게 고통만을 주려 해결책을 꽁꽁 싸맨 세상이 두른 위장막의 균열을 두드려 ‘돌파구’라는 걸 열어젖혀야 한다. 열어젖히고 내가 돈을 버는 그 순간까지는 여러 곳을 더듬으면서 “여긴가? 저긴가?”하고 있어야 한다.


몇 시간 후 나는 들었는지도 모를 잠에서 깰 것이고 독서실 총무 알바를 나갈 것이다.

 

일 자체는 3개월째니 익숙해졌지만 최근 사장 따라 바뀌는 체제+개인적 스트레스 때문에 몇 번 실수를 했다.

 

잠시 쿨해 보이며 매우 부도덕해 보이는 남탓을 해보자면 ‘가르쳐지지 않은’일 때문에 실수를 한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 반드시 한계가 있다. 전입 온 신병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업무 매뉴얼을 한글파일로 쫙 만들었다고 해보자. 아마 몇 번에 걸쳐 수정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회에서 OJT라고 해주는 것들(OJT면 양반이지 거의 그자리에서 말로 때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은 대개 한 번 하고 땡이다. 그러니 맹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신입들이 그 맹점에 꽤 자주 움푹움푹 빠지고 그걸 ‘경험으로 견디는 실수’로 타의적 혹은 자의적으로 미화한다.

 

때문에 가르치는 입장에 섰다면 후임이 ‘내가 가르친 걸 실수했는지’를 실수 상황에서 따져야 한다. 가르치는 걸 OJT로 죄다 바꾸라느니. 그런 소리는 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급히 말로만 가르쳐야 할 때도 있으니까. 배우는 사람이 본인의 인지적 공백에서 일어난 실수를 본인이 원인인 것으로(인지적 공백 자리에 본인을 집어넣는 것으로) 믿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런 후임은 자라서 모든 죄를 심적으로 떠안고 살아가는 호구가 되거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실수를 자신이 ‘경험으로’ 극복했다고 믿고 떠벌리는 독재자가 된다. 두 유형 모두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안 된다.


밤에는 분명 다짐한다.

 

일찍 일어나 팔굽혀펴기 50개는 못하더라도 샤워로 잠을 깬 다음 건강한 아침을 만들어먹고, 커피를 만들며 내 할 일을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인 오전에 시작한다.

 

정작 아침에 일어나면 사정이 많이 다르다.

 

모든 게 내 생존을 위협하는 것들이고 씻는다는 건 내가 아침밥을 찾아가는 걸 방해하는 행위이다.

 

2주 동안 일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6시 또는 6시 반에 일어나야 했던 일이 있었다.

 

하루하루가 참도 길게 느껴졌다. 그만큼 시간을 활용했으니 좋기도 했지만, 내 인생 2막까지 그저 기다려야만 하는 번데기 속 억겁의 시간이었으니 그걸 일부러 길게 느끼기가 불쾌했다.

 

무엇보다도 내 얼굴이 삭아가고 피부색이 똥빛이 되어가는 걸 목격했다. 수면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다. 일찍 일어나면 분명 수면욕이 빨리 찾아온다.

 

 

 

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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