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독후감

이병승 - 달리GO!

머니코드17 2020. 2. 1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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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글 작성자 본인은 다음 링크의 '달리GO!를 읽고(독후감)' 게시글의 작성자와 동일함을 알려드립니다.

이 서평을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그때 썼던 글을 첨삭과정을 거쳐 지금 글 쓰는 스타일로 바꿔보고자 함이니, 그 점 참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후 이 '다시 쓰는 독후감' 카테고리에 올리게 될 서평들에게도 이 점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애초에 도둑질할 목적이라면 원본과 고친글을 동시에 올리는 미친짓은 안 할겁니다.

제 결백이 관심없으시면 밑에 링크는 무시하고, 더 잘 쓴 아래 본문만 읽어주시면 돼요.

 

달리GO!를 읽고(독후감)

달리Go 작가 이병승 출판 실천문학사 발매 2013.01.08 리뷰보기 친구의 죽음과 그 이유를 좇는 친구.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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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죽음과 그 이유를 좇는 친구>

일단 재미있을 것 같은 시놉시스를 보고 책을 선택했고, 옳은 선택이었다.

책날개의 작가 소개에 언급된 '시속 200페이지의 속도'로 읽어나갔다.

     주인공 신이걸(Cynical의 한국 이름화...;; 작가님의 작명센스가 탁월하다.)과 그의 친구 항보는 숨막히는 대한민국 교육 한가운데를 살아내는 고등학생이다. 둘은 한국 교육이 자신들을 옥죄는 시스템이라는 걸 똑같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시니컬하게 냉소하며 넘어가버리고, 겉으로만 순응하는 척하는 이걸이와 달리 항보는 마이웨이 스타일이었다. 늘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행동을 하는데, 자살하기 바로 전 이걸이에게 보이는 항보의 모습은 훨씬 더 그렇다. 신이걸 못지않게 비뚤어진 세상에 날 선 비판을 가하고 그걸 바꾸고자 하는 '옳은 생을 향한 의지'마저 신이걸보다 충만했던 항보가, 왜 갑자기 죽음을 택했던 걸까?

     이걸은 친구에 대한 추모와 그의 어이없는 선택에 대한 의문이라는 양가감정을 가지고 항보의 자취를 찾아나선다. 그 여정에서 거침없었던 항보가 이상사회를 추구하려다 사회의 저지로 주저앉은 초라한 시도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이걸 주변의 변화들은 그로 하여금 또 다른 생각을 안게 해 주었고, 항보의 죽음은 결국 덧없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자신은 살아 있어서 기쁘다고 마무리짓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항보는 심오하고 논리정연하지만 제대로 불온한 발언만을 입에 달고 살았다. 불합리하기만 해 보이는 사회 시스템에 맞서, 항상 더 나은 세상을 꿈꿨지만 남들 눈에는 사회에 불만이 가득해 보일 뿐인 항보를 보면 지금에서 '선 넘은, 더 나간'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이걸이마냥 학생의 본분에 열중했다. 적어도 그때는 용기보다 안전의 품에 안기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지금은? 그냥 돈의 노예다. 돈만 준다면 없던 용기도 생겨난다. 운동을 일으키고 변화에 앞장서 진보를 부르짖고 세상을 바꾸려 하지만, 제도권과 어른들의 사정 등등의 '악당'들과 끝없는 싸움을 계속하는 일은 암기과목마저 고통이었던 나에게 상상만으로도 선 넘는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그때 이후로 영화를 많이 본 나는 이젠 그런 현대판 혁명가는 다 상상 속 동물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교복 입은 아이들은 매우 제한적인 교실 속 수업에서 무한 상상을 곧잘 하지 않는가... 중3의 나도 그 아이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리고 그 안전에 품에 무사히 안긴 아이는 복잡하지만 그만큼 편리를 가져다주는 세상 속으로 무사히 섞였고, 친구들과 화목하게 학교들을 무사히 다 나오니까 이제야 용기라는 두루뭉실한 가치를 향해 곁눈질을 한다.

     청소년 문학답게 가벼운 분량, 그 안에 농축된 빠른 전개 속에서 '어르신들 말씀', '사회의 비리' 등 현대 사회의 우울한 모습들이 튀어나와 청소년의 상처입기 쉬운 가슴에 박힌다. 그리고 성적이라는 잣대로는 저평가되는 학교에서의 친구들이 남다른 재능을 발휘해 저마다의 길을 가는, '진짜로' 청소년이 성장하는 모습도 공부에 지친 현실 청소년 독자의 가슴에 괴리로 박힌다. 적어도 정말 공부에 지쳤던 나의 가슴엔 그랬다. 그 공부를 지치도록 열심히 한 결과 평생 교사가 되어 학교에서 살게 되었다. 젠장할ㅋㅋ 임고합격김칫국원샷

     해커 영일이가 중심이 되는 냄비 암살단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냄비 암살단을 실행시키면 사이버 상에서 이슈가 되어 사이버 분야라던가 스카우트 받을 수 있어, 여기서 누를까 말까 고민만 하다 굶어 죽는 것보단 차라리 나아!'하며 조아라의 클릭 버튼을 눌러 주는 대목은 눈물겹게 멋지다. 갑자기 컴퓨터 해킹이 배우고 싶어지는 장면이다. 배웠다면 지금쯤 스타트업이나 국정원 공채를 기웃거리고 있겠지.

     항보처럼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은 여기저기에 많다. 그들 중 진정한 '내적 혁명가'들은 소수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을 한탄하고, 걷잡을 수 없이 그 시스템에 휘말리는 자신과 성실하게 소명을 다한다고 믿는 소박한 이웃들을 안타까워한다. 이 책을 읽고 사회로 눈을 돌린 독자는 '썩어빠진 세상을 뜯어고치고 싶은' 내적 혁명가로 성장할 것(이며 진짜 세상을 바꿀 것이고.... 그래주실 거죠?)이고, 자기 자신으로 눈을 돌린 독자는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볼 것이다. 안이든 밖이든 변화에의 갈망을 심어주는 책임은 분명하다. 나도 이 책을 읽은 중학교 3학년때의 아득한 기억을 분명히 기억한다. 이 책을 읽고 진보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으니까. 그 직후 "진보!진보!진보!"라고 3창을 했다. 자신을 진보사상가라고 굳게 믿었다는 뜻이다..... 불합리한 제도는 바로 고쳐야지, 왜 가만히 있냐고 뉴스의 모든 한심해 보이는 현상들에 난색을 표했다. 얼마 안 있어 명문고에 입학했고 그 덕분에 보수의 순기능과 현재 한국 정치의 판도까지 비교적 정확히 알게 되었지만, 나는 '달리GO!'라는 '어린 청소년들과 한없이 교감하고픈 작가님의 의도가 담긴촌스러운' 제목의 책을 영혼까지 빨려들어갈 정도로 훌륭하게 읽어낸 독자였음이 틀림없다.


어휴;;; 어지간히 글을 개발새발로 썼어야지 고치느라 진땀뺐네요... 하지만 이상하게 보람차네요. 이번 일주일 중 가장 생산적인 일을 한게 아닌가 싶네요. 제가 재밌으니까 앞으로도 부지런히 옛날 글 고쳐서 올리겠습니다 씻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