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말로 문학소년, 감수성 풍부 등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참 듣기 싫은 말이다. 활동성이 떨어지는 것 같거든. 뱃살 나와 있을 것 같거든. 처음으로 내가 행동파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뒤 그 결심을 주변 사람들에게 천명하려고 요란하게 노력했다. 어딜 가서 뭘 하더라도 대단한 걸 하는 것처럼 사진을 찍어 올린다던가... 지금은 많이 점잖아졌다. 솔직히 그렇게 자신의 행동을 강제하는 일도 '사색'의 연장선 같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이어나가면 뭔가를 억지로 하려는 것, 억지로 안 하려는 것 모두가 사색이 되고 개똥철학이 된다. 그래서 지금 그 '억지'의 상태로 내가 넘어가려 할 때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일거수일투족이 '내츄럴'해질때까지 기다린다. 좋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하는 물과 같은 상태가 되어 상선약수가 되려 한다. 그게 또 다른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도 않는다.
간단한 솔루션 같지만 내가 늦게 배우는 편이고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다 보니까 그 '내츄럴화'를 이리저리 까여가면서 터득했다. 명문고의 압도적 인성 및 학력 수준에 적응 못하고 고립된 나를 급식팸에 끼워준 고마운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들에게 독서 겉핥기1)로 급조된 개똥철학을 폭력적으로 강요했다가 그들에게까지도 버려질 뻔했다. 지금도 그 친구들과 연락하며 지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진짜 착하고 능력 뛰어나고 재밌는 친구들이다.
늦게 배운다, 개똥철학을 강요한다, 다 사색이 많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증상을 다시는 타인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사색이 '없는 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혼자 있을 때면 못다 한 사색들로 좀 고통스러워질 때가 있다. 이 블로그에 그런 '난 다쳤어... 크큭...'하는 EMO정신이 소극적으로나마 표출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1) 독서 겉핥기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고등학생 모집단에서 어떤 분야에 정통해질 정도로 독서하고 서울대 필독도서 100권이나 인문고전 따위 다 이해하며 껌으로 읽어제끼는 학생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 학생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이 잘 뽑아간다. 난 다 떨어졌으니 해당사항 없다. 내가 온전히 읽은 고전이란 장자크루소의 <에밀>정도? 인식, 개념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로 게임하는 부분만 제외하면 어린이 양육하는 내용이라서 아주 읽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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