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학교 1학년때 생성해놓은 자료들을 보는데 특히 한심한 것을 여기에도 기록해놓는다.
1학년 전공필수인 국어학개론 기말고사를 보고 쓴 후기이다. 고3때도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총평을 기록해왔다.
그런데 읽어보면 알 수 있듯 무슨 말들이 다 '공부 안했다'일색이다.
이렇게 놀았는데도 원만하게 캠퍼스라이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증명하고 싶었냐...
그 놀았다는 것도 허구한날 기숙사에서 게임하는 과동기들이랑 야식이나 먹는 찐따라이프였던 주제에.
당시 성적표가 전공은 B~C고, 교양에서 A밭 맞아서 평점 3.7로 올려놓고 '역시 난 다재다능(versatile)?'이란 자뻑을 했지만, 이렇게 공부 과정 기록을 되짚어보니 왜 C+따위를 맞았는지 납득이 간다.
빨간색으로 C+의 원인제공이라 판단되는 부분을 표시해보겠다.
빨간색을 그대로 따라하면 어떤 과목이든지 C+을 맞을 수 있습니다.
공부
시험범위는 노란책 9단원부터 16단원까지였다. 파란책은 부교재였다. 이것 역시 하루에 한 단원씩 잡고 1회독 했다. 중간고사기간의 2번의 수시시험 때 막판에 몰아서 읽던 게 고통스러워서 그랬다. 안 하던 분산적 일정수행을 하려니 꽤 힘들었다. (규칙적 공부도 벼락치기도 못하는 자가 나다.)
시험 전날 족보를 참고하고 현문개와 마찬가지로 족보 문항에 대한 답안을 정리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새로운 교재여서 다른 용어나 없는 내용을 족보가 묻기도 했다. 정리해 보니 현문개 문제가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개념을 묻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국어학개론은 구성 요소들을 딱딱 대야 하는 문제가 많았다. 족보를 참고하고도 시간이 약간 남아서 수업 때 교재요약발표 맡은 조가 나누어준 각 단원 유인물들을 살펴봤다. 역시 머릿속 교재 본문은 1회독과 함께 침몰해 있었고 내용도 본인이 직접 요약정리하지 않았기에 해독이 안 됐다 ㅠㅠ
는 교재에서 안 보여 가위표 친 족보 문항의 답안이 당시 수업 때 유인물에 휘갈겨 놓은 필기에서 발견됐다. 훈민정음의 우수성이라던가 방언의 생성 원인이라던가...
그런 큰 깨달음들을 얻고 13단원까지 보다가
이러고 잤다.
시험
시험 직전 아침, 이번엔 촉촉한 초코칩과 소울푸드 아메리카노의 궁합을 살피며(Bad) 나머지 단원 유인물을 1회독 하고, 강의실에 도착해서는 유인물에 나타난 개념 체계를 여백에 수형도를 그리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때 잠시 꽤 빠삭한 경지에 올랐었을 수도. 족보 내용의 차별성 같은 건 이미 희미해져 있었다. 그렇게 10시가 됐다. 저 사진의 단톡방 친구 중 1명은 군대 입영월 신청(선착순)을 하러 병무청에 접속했고 나는 시험문항을 받아들었다.
시험 문항 (족보 외 문항)
1. 의미의 유형에 대하여 설명해 보시오
-....&$^&$@!&&^(&*&^%???!
2. 직시의 개념에 대하여 설명해 보시오
-화자가 대상을 지정하는 행위, 인칭, 시간, 장소, 담?화?
3. 방언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하여 설명해 보시오(ㄱㅇㄷ?)
-이주설, 문화 중심지 방사파설
4. 국어의 차자표기에 대하여 설명해 보시오
-훈차/음가, 구결, 이두, 향찰
다음 중 문제를 골라 쓰시오.(택1)
5. 국어과 교육과정의 변천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설명해 보시오.
-교수요목기>1234567>07 09 11 12
내 조가 발표한 단원의 내가 요약한 부분... 피피티 슬라이드를 만들던 기억에 의존해 써냈다.
6. 코퍼스의 개념에 대하여 예를 들어 설명해 보시오.
(시 한 편, 경향성, 책 한 권, 세종계획 이런 게 생각났지만 명확한 예시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서 안 썼다.)
7. 의사소통요소에 따른 장애의 유형을 설명해 보시오.
(처음부터 쓸 생각이 없었다,)
족보고 뭐고 1번이 다 말아먹었다.
저건 분명 내가 파란 펜으로 작성한 수형도 중 하나였을 텐데 왜 기억에는 글자는 없고 파란 선들만 남아 있는 거지...
거지...
마무리
이 글만 보면 내가 시험에 목맨 대학생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미리 말해 두는데 나는 진실로 진실로 국어학개론 수업을 즐겼다. 내가 맡을 조 발표 단원에 '어휘론'과 '국어교육'이 있는 걸 알았을 때 기뻤다. 또한 막바지에 '국어 정보학'의 발표를 듣고 미래 국어학의 방향이 뭔지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아직은 신입생이고 개론 단계라 할 말이 적지만, 국어학은 국어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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