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공부

계절학기 : 국어사

머니코드17 2021. 7. 12.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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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교수님에 대한 존칭을 생략)

 

21.6.21.~7.9. (3주)

웬일로 동기들끼리 의기투합하여 계절학기를 듣기로 했다. 학기중 들으면 될거 뭐하러 방학중 돈내고 듣는지 이해 못하던 나조차, 우리 과 커리큘럼이 임고 준비를 위해 적재적시에 100% 떠먹여주진 않는다는 걸 이해해버려 동참했다.

 

종강 직전 lms에 뜬 강의정보를 봤을때 다음의 세 조건에 만족했다.

  • 3시간 줌으로 진행 >> 이미 지난학기 4시간짜리 줌수업에 길들여졌다. 모래주머니의 제거에 체감상 개꿀빨걸로 예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 과제 : 강의 요약본 만들기 >> 같은 교수의 다른 전공을 먼저 들은 다른 동기가 보여준 요약본이 충분히 만들어볼 만하다고 느꼈었다. 못해도 교수가 화면공유로 띄워주는 내용 무지성 타이핑만 해도 괜찮을 걸로 봤다.
  • 시험 : 수시/중간/기말 1주에 한번씩 >> 교수 특성상 시험을 3번 치길 선호했는데 3주동안의 계절을 1주1주1주로 쪼갠거다. 고통을 즐기기로 했다.

교재 선택 : 1학기 종강날 부모님이랑 칼국수를 먹는데 교수가 메일과 문자로 설문조사를 돌렸다. 국어사개설(서울대, 이기문) / 국어의 역사(고려대, 김무림) 중에 고르게 했다. '이기문'이 네임드 학자긴 하나 국한문혼용체의 심각한 구식 교재였기에 본인은 김무림을 찍었다. 타 수강생들이 '서울대 쪽 이론'에 혹했는지 이기문 책으로 정해졌다. 현재 중론이랑 용어 통일이 안돼서 무지하게 애먹었다.

 

수강 : 3주 평일간 아침 8시 반에 일어나 줌 켜면 됐다. 집이라 일찍 자면 되니까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면 계절이었다면 방학 중 기숙사 들어가야 됐고 외출준비 했을 것이니 코로나 계절이 엄청난 이득이었다. 동기들과 몰려다니고 강의중 떠드는 재미는 줌중카톡으로 대체. 강의 요약본을 만들라길래 한글파일에 필기 자체는 열심히 했다. 지난학기 중세국어를 가르치던 교수였는데 우리들보곤 교재를 보라 하고 자신은 그 교재의 아주 뛰어난 요약본을 가지고 수업을 했다. 그걸 미치도록 갖고 싶어했던 기억이 남아, 이번에도 뛰어난 요약본을 보여주길래 '가져버리기로' 했다. 덕분에 수업시간 내내 손이 아주 바빴다. 반치음, 옛이응, 겹자음 등 옛한글 입력은 지난학기 중세국어 배울때 진작 설정을 바꿔놓아 그냥 원하는 대로 칠 수 있었다. 한꺼번에 등장하는 표, 한자들이 문제였다. 강의 중반까지는 어떻게든 그대로 타이핑하려고 했는데 후기 중세국어 들어 점차 강의가 '그시절 있었던 기발한 어미들'의 나열식으로 변질되자 시원하게 캡처 후 복붙 때려버렸다...

강의 내용적으로는 지난학기 뼈빠지게 배운 중세국어에 근대국어를 얹어 변화양상을 알게 된 건 좋았다. 다만 고대국어를 심도 있게 다룰 줄 알았는데 중요도상 강의 맨 마지막 순서로 옮겨버리고 자료도 많지 않아서 그런지 차자표기 위주로 대강 넘어가 아쉽긴 했다.

 

시험 : 금요일마다 줌켜고 쳤다. 해당 교수 스타일이 아주 강한 문항들이 나왔고, 피드백에서 본인이 대놓고 알려준 답안 작성법을 따르면 되었다. "문제에서 물어보는 내용을 쓰고, 자기가 뭘 공부했는지 쓰지 말기." 그 작성법을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적용하느냐가 그 교수 강의의 수강 난이도를 결정짓는 듯하다. 덕분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상당한 점수를 얻어갔다.

 

과제 : 무지성 타이핑 필기노트를 그대로 낼까 했지만 쪽수가 강의자료와 똑같아서(...) 양심상 '모르는 내용 위주 정리' 컨셉으로 쳐내서 절반크기로 줄인 다음 냈다. 이게 밉보이지만 않으면 이 강의 A+인데!


여담 : 줌수업 같이듣는 타과생 걱정을 동기들끼리 초반에 좀 했다. 교수가 처음 국어사연구 부분에선 타과생 배려였는지 부연 반복설명을 많이 해줬는데, 본론으로 갈수록 명사, 동사, 서술어 같은 일반인도 알법한 것 말고 계사, 이영보래 같은 심해 문법용어가 무차별 발사되었고 따로 공부 안한 국어과 저학년도 감당 못할 내용들이었다. 국어사를 "우리말 우리글의 역사"쯤으로 생각하고 들어온 (교수의 질문에 본인 스스로는 사전 예습 없었던) 타과생들에겐 고역이 아니었을까...하는 걱정. 물론 후반 가면 우리도 머리에 처넣기 바빠 걱정의 걱자도 안들었다. 오히려 그런 용어들이 무한반복되어 체화되지 않았을까. 계사 하면 바로 서술격조사'-이다' 튀어나오는 것처럼. 유효한 걱정이었다. '국어정서법'을 '국어의 표기법'이 아닌 '국어에 담긴 emotion'으로 이해하고 무더기로 신청한 타과생들에게 기초 용어부터 설명해주느라 애먹었다는 어느 교수의 일화를 동기들 모두 건너들은 바 있었으니까...

 

또한 이 3주는 아침에 계절학기 듣는일 빼곤 그야말로 어떤 추가공부도 하지 않고 엠생으로 지냈다. 학기말부터 과도한 마우스 사용으로 인한 손목통증 때문에 컴퓨터나 손글씨 할 사정이 아니기도 했고 임고 인강 결제는 느지막이 알아보고 느지막이 결제하려다 쿠폰 만기돼서 재발급해달라고 사정하기까지 장난 아닌 시간이 소요되었다. 내가 3학년 맞나라는 생각이 5일에 한번꼴로 들었다.

 

졸업학점 채우는 일이 다급해지니 방학 중에 3학점이 벌어진다는 게 쏠쏠하게 다가왔다. 앞으로도 듣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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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 추가 : 필연적인 A+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