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으로 저는 '유튜브 기타 커버 영상'을 올리기 위한 최소 조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대학생 나부랭이인 저는 용돈 한 푼이 아까워 무조건 저가로 갔네요.
조악하게나마 영상을 촬영할 스마트폰 (수능보고 샀는데 아직도 안 고장나는 갤럭시 s7)
20만원짜리 입문용 일렉트릭 기타 (20만원)
그동안 연습용으로 쓴 미니앰프 (중고 3만 5천원)
보컬은 안(못) 부를 거니까 마이크는 생략 (0원)
녹음하고 편집하며 기타 소리를 오디오 파일로 만들어줄 노트북 + DAW (노트북 120만원 + 케이크워크 0원)
기타 소리를 컴퓨터에 출력해줄 기타 전용 오디오 인터페이스 '인프라소닉 락프로' (중고 2만 5천원)
출력된 기타 소리를 들려줄 '모니터링용' 헤드폰 아닌 이어폰(왜 이어폰이냐면 마땅한 헤드폰이 없어서..) (중고 12000원)
3.5파이인 이어폰 단자를 오디오 인터페이스 아웃풋에 꽃게 해줄 5.5파이 변환잭(생김새때매 일명 총알잭이라고도 하죠. 2000원)
본래 레코딩용으로 구입한 게 아니었던 폰과 노트북 제외하고 약 27만원이 홈레코딩에 들어갔네요. 8할이 기타값 ㅋㅋ
DAW를 이용해 나만의 음악을 만드는 꿈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솔직히 이 정도로 시작이 쉬울진 몰랐습니다.
이제까지 듣고 보고 책본 결과로는 홈레코딩은 일단 맥북 사서 로직 깔고 콘덴서 마이크 팝필터 붙여서 계란판 붙여서 방음실 만들고 마스터키보드 휘황찬란 놓고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기타가 또 우연히 일렉이 되고 또 우연히 '기타 소리만 옮겨줄' 락프로를 알고 얻고 하다보니
일렉기타를 산지 2달 만에 레코딩을 할수'는' 있는 기초적인 장비는 갖추게 됐네요.
그런데 문제는 시작해보고 바로 느꼈습니다.
기타 친 일수로 따지면 60일 남짓인 제 기타 실력과
극단적으로 저렴한 제 기타의 소리 해상도가
'듣기 좋은' 소리로 커버를 하기엔 당장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린데이의 'Basket Case'처럼 팜뮤트가 빠르게 반복되는 펑크록이 제 주종인데
단련되지 않은 손목은 힘이 빠지고 피크가 손 안에서 돌아 박자를 틀리기 일쑤고
20만원짜리 콜트 기타는.... 친구한테 5000원 주고 산 게이밍 헤드셋에 앰프 꽃아서 칠 때는 그 게이밍헤드셋 특유의 빵빵한 저음 때문에 기타 소리가 꽤 알찬 줄 알았는데
막상 플랫한 이어폰으로 들으며 케이크워크의 가상앰프를 아무리 만져봐도 드라이브만 걸었다 하면 소리가 뭉툭 그 자체........ 클린톤 아니면 그 소리가 그 소리같은 느낌. (돈많은 양덕들 커버영상속의 '깁슨'레스폴은 봐아아앙~~~~ 내 '유사'레스폴은 찌이이익~~~~ ) 이제 장비병에 걸리는건가? 벌써? (입문용기타는 솔직히 장비병 걸려도 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징징거려보자면
방이 너무 좁습니다. 방에 입식 책상은 없고 침대+앉은뱅이+옷장으로 꽉꽉 찬 구조인데
일상생활엔 불편함이 없는데 침대와 앉은뱅이책상 사이의 30cm 남짓한 틈에 몸을 구겨넣고 컴퓨터 앞에서 이어폰 선이 줄에 닿는거 무서워하며 쪼그려 기타를 칠려니... 원래 정확도의 80% 밑으로 기타가 연주되는 느낌입니다. 그냥 앰프에 칠때는 침대에 걸터앉고 가끔 서서도 치고 그랬는데. 컴퓨터랑 밀착하려니 전혀 원치 않던 자세가 나옵니다.
(게다가 레스폴바디라 케이블 연결부분이 바디에 수직+45도 아래로 꽃혀서 바닥에 가깝게 놓고 치면 케이블단자가 씹힘)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2편에서 마저 징징거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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