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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크남방+청바지 애호가였다. 대학교 1학년때까지. 한창 20대 인맥이 확장될 그 시기에 '시류와 반대로 가는' 패션을 사시사철 착용한 그 시절 흘린 땀은 외로운 소주잔에 영원히 채워질 것이다.
고3때도 당연히 그 옷을 입은 나의 모습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사복이었던 우리 고등학교 수백의 동창들은 나를 항상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체크남방+추리닝(실용성을 위해 청바지는 작정한 외출날에만) 차림으로 복도를 활보하던 모습으로 나를 기억할 것이다.
목 부분이 칼라인 걸 선호했어서 여름에도 무조건 카라 반팔티를 입은 것 같다. 중요한 건 확고하며 입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던 옷차림(컨디션 조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어, 사문이 점수대가 안정되지 않아서 수능때 '자신감빨'이 굉장히 중요한 케이스였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멘탈 붕괴를 막아야 했다. 그래서 그때도 '아끼던' 분홍빛이 도는 촘촘한 체크남방과 찐-한 슬림핏 블루진을 입었다. 패션 버프였는지는 몰라도 국어때 '비문학을 찍는'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스스로 '이 불수능을 잘 헤쳐나갔다. 내가 못푼 건 남들도 못 풀었다.'고 믿었다. 억지로 믿었다기보다도 그냥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그 자신감으로 수학에서 압도적 승리를 했다.
지금 수능을 보라면 역시 현재 가장 좋아하고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플래그십' 옷을 입을 것이다. 세미오버핏 맨투맨과 조거팬츠 정도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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