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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었던 '잘생기다'로 본 동사, 형용사 판별법 정리

머니코드17 2020. 7. 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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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잘생기다'는 동사일까요 형용사일까요?

조금만 문법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형용사'라고 판단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2017년 12월 국립국어원에서 '동사'라고 못박았습니다.

논란이 일파만파~~~

국립국어원에서 나름 반박문도 게시했습니다.

https://www.korean.go.kr/front/board/boardStandardView.do?board_id=4&mn_id=182&b_seq=2027&pageIndex=1

 

국립국어원

축소 확대 공지 사항 상세보기 ‘잘생기다’ 등 형용사의 품사 변경에 대한 안내 작성자 국립국어원 등록일 2017. 12. 15. 조회수 16311 ‘잘생기다’ 등 형용사의 품사 변경에 대한 안내  안녕하십�

www.korean.go.kr

저로서는 반쪽은 수긍 가고 반쪽은 안 가는데요.

직접적인 효력은 없겠지만 학교문법 기준 '동사-형용사 구별 방법'으로 '잘생기다'의 품사를 시험해 보겠습니다.

 

I. 동사의 자격 충족 여부

어떤 대상의 구체적 동작, 마음속 작용, 자연현상임 (△)

이는 정의적 기준임

만약 '잘생겼다고 느끼'는 마음속 작용이라면 예쁘다, 착하다 등도 동사가 되었어야 할 것 (만약 잘생기다가 동사라면, 목적어를 반드시 취하진 않으므로 자동사가 적절할 것)

의문형 어미 '-느냐, (구어)-냐' 사용 가능 (△)

- 잘생기느냐, 잘생기냐

아예 활용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쓰이는 '잘생기+었+(느)냐'로만 활용됨 : 그는 잘생겼느냐? 나 잘생겼냐?

현재시제 종결형에서 선어말어미 '는/ㄴ'결합 (X)

잘생기는다, 잘생긴다

'잘생겼다'라는 과거형 형태로만 사용되므로 현재시제 형태 사용 불가(두 시제 공존 불가)

현재시제 관형사형에서 관형사형 어미 '-는' 결합 (X)

잘생기는 남자

(기타 동사의 현재시제 : 학교로 가는 어린이, 오늘같은 봄에 피는 꽃, 내가 현재 믿는 젊은이)

만약 잘생기다가 동사라면 '잘생겼다'라는 과거형 형태로만 사용되므로 과거시제 관형사형 어미 '-ㄴ'만 결합 가능 (잘생긴 남자)

명령문, 청유문, 약속표현, 의도표현, 진행형 가능 (X)

잘생겨라, 잘생기자, 7시에 잘생길게, 잘생기려 해(잘생길까 봐, 잘생길 계획이다), 잘생기고 있어

불가능

 

 

II. 형용사의 자격 충족 여부

어떤 대상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냄 (○)

'잘생기다'는 의미상 성상형용사로 적절

의문형 어미 '-(으)냐' 사용 가능 (△)

잘생기냐

현재 쓰이는 '잘생기+었+(느)냐'로만 활용됨 : 그는 잘생겼느냐? 나 잘생겼냐?

현재시제 종결형에서 종결어미 '-다', '-구나'결합 (X)

그는 잘생기다, 그는 잘생기구나, 잘생기는구나

'잘생겼다'라는 과거형 형태로만 사용되므로 현재시제 형태 사용 불가(두 시제 공존 불가)

현재시제 관형사형에서 관형사형 어미 '-은' 결합 (○)

잘생긴 남자

잘생기다를 형용사로 봤을 때 현재시제에서 '잘생긴 남자'사용 가능 "잘생긴 남자가 저기 지나간다"

명령문, 청유문, 약속표현, 의도표현, 진행형 불가능 (○)

해당

 

 

III. 국립국어원 공지 (‘잘생기다’ 등 형용사의 품사 변경에 대한 안내)의 ‘잘생기다’를 동사로 인정한 3가지 근거(요약)

 

1. 잘+생기다 구성에서 뒤의 요소의 품사를 따라가는 게 일반적. ‘생기다’는 동사

2. 통시적으로 중세국어 '어 있'에서 기원하여, '었'이 붙었더라도 현재시제를 표현한다는 설명 가능

3. 동사에도 개별 의미적 특성에 따라 동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예외들이 있으므로 동사 '잘생기다'도 그 예외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음

 

 

 

IV. 배주채(2014), 「‘잘생기다'류의 품사」에서 어떤 용언이 동사인지 형용사인지를 판단하는 기준

 

1. 종결어미 '-는다/ㄴ다'가 붙어 현재를 나타내면 동사이다.

2. 종결어미 '-다'가 붙어 현재를 나타내면 형용사이다.

3. 선어말어미 '-었-'이 붙어 현재를 나타내면 동사이다. -> '잘생겼다'가 현재를 나타냄

4. 관형사형 어미 '-는'이 붙어 현재를 나타내면 동사이다.

 

이 4가지 중 1개만 충족시 판정 완료.

 

'잘생기다'가 상태를 나타내는 의미가 강하지만 이러한 문법적 특성에 의해 동사로 분류됨(=동사의 형태로 형용사처럼 쓰이는 양상). 똑같이 상태를 나타내는 의미가 강한 '잘생기다'류인 '낮다'는 2.만을 충족시켜 형용사로 분류됨.

 

 

 

V. 결론

형태적/통시적으로는 '잘생기다'를 동사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의미상으로 볼 때 언중들은 성상 형용사로 '잘생기다'를 활용하고 있고 2017년 이전까지 '잘생기다'가 형용사로 이론상 분류되어 왔기 때문에 언중들은 이론적으로도 ’잘생기다‘를 형용사로 인식하고 있다. 동사의 조건을 상당 부분 충족하지 못하는 '잘생기다'는 국립국어원 공지의 3.처럼 국어 문법에 존재하는 수많은 예외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겠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사 혹은 형용사 쪽으로 품사 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동사와 형용사 중 어느 쪽으로 의미가 이동될 것인지, 혹은 계속 양쪽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을지는 앞으로의 언중 생활에 달렸을 것이다.

 

 

 

 

 

참고문헌 : 현대국어형태론(황화상, 지식과교양), '잘생기다'류의 품사(배주채,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