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4

수능 끝나고 한 일

나는 수능 끝나고 대학교 들어가기까지의 시기를 참 재미없게 보냈다. 스키장도 가고 해외여행도 가며 끝없는 자유를 누릴 줄 알았는데 스키를 같이 탈 친구가 있어야 했고 해외여행을 갈 가족의 여유가 있어야 했다. 이득을 보려면 자원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가만히 기다리면 때가 왔다며 세상이 금덩어리를 던져줄 거라고 21살 때까지 믿었다. 우선 수능 끝난 날 엄마랑 싸웠다. 국어 시간이 부족해서 비문학 지문 2개 정도를 못 읽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3등급 확정이었다. 막상 고사장에서는 멘붕하지 않았다. "남들도 불수능이었을 거다. 1등급컷 80점대일 거다."라는 행복회로가 꽤 잘 오버클럭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오버클럭이 수학, 영어를 안정적으로 풀고 1등급을 받는 데 직간접적으로 영..

기록문학 2020.12.13

(고2) 모의고사 국어 푸는 순서

화법/작문/언어(문법) -> 문학 -> 독서(비문학) 화법작문언어는 국어 고득점을 목표로 한다면 웬만큼 잘 닦아놨을 '워밍업 스테이지'가 돼 있을 것이다. 문법 마지막 문제까지 푸는 데 늦어도 20분컷을 목표로 빠르게 국어뇌를 워밍업하자. 2017학년도(2016년 시행) 6평부터의 통합 국어는 문법 문제가 문학 지문이랑 합쳐서 나오는 등 지문 길이가 길어지는데 문제 푸는 데 활용할 부분은 옛날 스타일의 간략한 개념설명 분량이니 핵심을 잘 추리면 된다. 문학을 먼저 푸는 이유는, 읽을 지문도 길고 딸린 문제수가 많아서 촉박한 상황에서 당황하면 우루루 틀려버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문학만큼 지문을 디테일하게 읽을 필요는 없지만, 비문학 과학/금융 지문에 털릴 때를 대비한 보험을 비축해둔다는 느낌으로 정성..

수험 처세술 2020.03.29

(고1) 지금 내게 문제를 알려주는 친구가 재수하고, 내가 현역으로 갈 수도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선행학습을 하나도 안 해갔다. 정확히는 개념서로 1단원을 눈만 바르고 가는 정도에서 그쳤다. 그게 나를 명문고로 보내서 기쁜 동네 수학학원에서 한 달 안에 해줄 수 있었던 조치였다. 교실에서는 (중학교에서 봤고 존경했던 품격 있는 선생님들보다 상대적으로)가르치는 법 자체를 모르는 듯한 선생님이 삼차방정식의 해를 구하고, 복소수를 자유자재로 다루다가 "이거 다 너네들 아는 거지?"하면서 넘어갈 때, 아는 게 조립제법밖에 없었던 나는 부호화시켜서 기억할 수 있는 정보란 "조립제법은 조선시대의 조립제라는 수학자가 만든 거래"라는 유치한 조크밖에 없었다. 다행히 옆자리의 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친구는 출신지역 학원에서 수학 선행을 기하-벡터까지 빵빵하게 한 다음 그 학원 반 동료들이랑 같이..

수험 처세술 2020.03.24

5월 귀가 (2016)

블로그는 요새 내 일상담기에 철저해지고 있다. 이런 것까지 적다니.. 그래도 귀중한 귀가기간인 이유는... 내신시험이 없는 평화적인 귀가거든. (내신시험 마지막날, 귀가 하루전 : 전진!!!! 더 공부해라!! 카페인을 몸속으로 더 처넣어!! 박카스를 빨아!! 그냥 자지 마!! 지금부터 24시간 후엔 우린 집가서 야동을 보고순화했다 있을 거니까!!!!) 5월 27일 00시~03시 : 난 침대에서 내 블로그 서로이웃인 PGD와 함께 노트북으로 이런저런 걸 하고 있었다. 건메이헴이라던가, 뷰티 인사이드에서 한효주 예쁜 장면을 노리면서 캡쳐했다던가. 이건 타이밍 잘못 맞춰서 찍힌 이범수 기숙사의 종소리가 아침 7시에 잠든 나를 걷어찼다. 몇시간 후에 나는 교실에 앉아 오전 수업을 듣고 있었다. 40분짜리 단축수..

기록문학 202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