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커피 7

군차(軍茶) 변천사

내 군생활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중소기업 잡부'였다. 병사들이 저마다 컴퓨터 하나씩 끼고 사무업무(보급 전산)를 보면서도, 필요하면 밖으로 나가 상하차부터 창고 공사까지 근육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특별한 기술(용접, 목수 등) 없이 그저 필요할 때마다 나르기만 하는 잡부와 유사한 포지션이다. 건설 잡부였기 때문에 중간마다 종이컵 커피로 휴식타임 때릴 시간도 있었다. 오늘은 그 휴식타임에 뭘 마셨는지 변천사를 알아보고자 한다. 커피믹스 일이병이 눈치 보면서 마실 수 있는 것의 시작은 당연히 휴게실에 비치된 커피믹스부터였다. 가장 제너럴한 '노란색'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가 가장 많이 보였다. 공사 인부아저씨가 사회에서 들고 온 '하얀색' 맥심 화이트골드를 몰래 하나 먹어본 적이 있다...

기록문학 2020.07.23

핸드드립커피를 마음으로 내린다고 하는 이유(주관적)

흠..ㅋㅋ 핸드드립에는 정답이 없고, 마음으로 내린다고 하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다보니 맞는 말 같습니다. 저처럼 싸구려 장비로 시작하는 맨땅헤딩형 핸드드리퍼는 "이번엔 똥맛 커피를 만들지 말자!"는 열망으로 매일 커피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런 열망으로 시작하면 분쇄도 천천히 하게 되고, 뜸들일 때도 물줄기를 어긋나게 하지 않고, 과추출은 삼가고 등 모든 과정을 대충 할 수가 없어져버리더군요. 또 n차 추출 간 거품이 꺼지길 기다리는 동안 드리퍼 밑으로 물이 정상적으로 흘러내리나도 체크하게 되고요. 또 그걸 보고 있으면 방금 부었던 물이 충분히 빠져나가는지도 알아서 체크하게 됩니다. "거품이 가라앉자마자 붓자!"같은 한 가지 척도에만 집착하면 꼭 결과가 망하더라고요... 조금 더 여유롭게 지켜본다..

여가 2020.05.05

(핸드드립) 같은 커피의 맛을 끌어올리는 4가지 사항

1. 적당히 느린 분쇄 속도 핸드밀의 경우 '분노의 그라인딩'이라며 빠른 속도로 원두를 분쇄한다면 원두와 날의 마찰열로 인해 풍미가 날아갈 수 있습니다. 1초에 1바퀴 정도의 속도로 손잡이를 돌려주시는 게 좋습니다. 2. 린싱 '무표백(unbleached)' 드립필터를 쓴다고 미리 뜨거운 물을 부어 종이의 잡내를 빼내는 린싱 과정을 필요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린싱은 드리퍼와 필터를 밀착시켜주는 효과와 미리 내려온 뜨거운 물로 커피를 받을 서버(혹은 컵)를 예열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드리퍼 벽면과의 밀착은 칼리타, 하리오 등 드리퍼 모양이 의도한 효과(빗금, 경사)를 온전히 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죠. 막 끓은 물의 온도를 96도 이하로 낮추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린싱은 해주시는 게..

여가 2020.05.01

커피창고 원두 - 브라질 옐로우 버번 핸드드립 리뷰

애용하는 커피 쇼핑몰 커피창고에서 '4월 이달의 반값'으로 브라질 옐로우 버번이 올랐습니다. 커피창고 과테말라 안티구아가 스모키한 향이 매우 훌륭해서 그걸 사려고 했는데 반값이라서 이걸 샀네요. 사면서 기대한 맛은 '버번'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버번 위스키'맛이려나? (전혀 아니었다) 향 : 엄청 재밌습니다. 뭔가 진짜 노란색의 자유분방함과 민첩함이 떠올랐어요. 맛 : 이퀼라이저로 치면 산미와 바디에 올스탯 투자한 V자 곡선 느낌 중간의 구수함... 뭐 그런거 다 어디감?!!! 아이스커피를 시도하면 훌륭한 맛을 낼거라 생각됩니다.

여가 2020.04.25

추억이 깃든 커피창고 드립백 4종

상품 이미지가 저렇게 생겼는데, 박스 4개가 붙어있어서 디스펜서마냥 한 봉지씩 뽑아서 쓰는 '최첨단'박스(...)라고 생각했는데 정사각형 모양 박스 4개가 덜컹!와서 잠시 허탈의 웃음을 지었다. ㅋㅋ 아 물론 그런 망상을 한 제 잘못이에요! 박스 1개당 싱글 오리진 드립백 10포 X 4박스 = 40개에 20000원!!!!!! 장기적으로 드립백을 많이많이 쌓아다가 군대라는 '매우 제한적인' 하루 시작의 질을 높이려는 나의 계획에 최적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상품이었다. 근무지 찬장에 비치하고 출근하자마자 마셨는데 주말에 생활관에서 커피가 생각나니까 일부러 출입증 들고 근무지로 걸어가기도 한 추억이 있다... 갖고 있으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드립백... 이제 커피창고 드립백 원두 종류별로 특징을 간략히 소개드리..

여가 2020.03.30

핸드밀 분쇄기를 이용한 첫 커피 그라인딩 (노브랜드 원두)

친구에게 오스트리아산 분쇄원두를 선물받고... -> 2020/01/19 - [여가] - 첫 프렌치 프레스 (카페 프레스, 플런저) 첫 프렌치 프레스 (카페 프레스, 플런저) 오스트리아 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율리어스 마이늘 프레지던트 그라인디드원두를 선물받았습니다. 친구 왈 "니가 커피 사오래서 사왔는데 이거 타먹으면 뒤진다는데??" -> 그럼 드립으로 내려마시거나, 프렌치.. ojwisscary.tistory.com 집에 커피 마시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1인분씩만 타먹느라 완전소비하는데 꽤 오래 걸렸습니다. 끝물로 갈수록 분쇄원두의 향이 다 날아가서, 프레스로도 하고 드립으로도 아무리 진하게 내려먹어도 무색무취였던 거시애오... 그래서 직접 원두콩을 사다가, 내릴 때마다 즉석에서 원두를 갓 갈아서 ..

여가 2020.02.26

첫 프렌치 프레스 (카페 프레스, 플런저)

오스트리아 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율리어스 마이늘 프레지던트 그라인디드원두를 선물받았습니다. 친구 왈 "니가 커피 사오래서 사왔는데 이거 타먹으면 뒤진다는데??" -> 그럼 드립으로 내려마시거나, 프렌치 프레스 해먹자! 잠깐 드립커피와 프렌치프레스를 비교해볼까요? 1. 드립커피는 거름종이를 끼운 깔때기에 담긴 간 원두 위에 뜨거운 물을 따라, 거름종이로 여과되어 떨어지는(드립) 물을 마시는 방법입니다. 끓는물을 천천히 부을 때 원두빵(...)이 부풀어오르고, 그 위에서 피어오르는 커피향이 그야말로 쥑입니다. 그 매혹적인 향과 '내려 마신다'는 고급스런 행동양식 때문에 만들어먹는 커피, 홈카페용으로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요즘 고급화를 표방하는 동네 커피숍에서도 케냐,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등등의 메뉴이름..

여가 2020.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