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어(Spore)는 맥시스가 개발, EA가 배급하는 생명 진화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찰스 다윈에 찰싹 붙어서 가는 게임이죠.
저 표지 사진에 스포어의 모든 걸 담고 있군요.
1. 가장 밑에 팽개쳐(...)진 세포 : 스포어는 물속에서 꼬물거리는 세포를, 우주까지 진출하는 고등생물로 진화시키는 게 메인 주제인 게임입니다. 그런데 그 세포를 여러분이 직접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모양, 색깔, 눈 개수부터 식성, 생물학적인 무기까지 파츠를 붙이는 식으로 커스텀할 수 있죠. 그런 전형적인 '샌드박스'의 목적은 무엇이냐? 약육강식에 충실해서 계속 성장하고 마침내 '뇌'를 갖는 것입니다. 광란의 수족관 하듯 다른 세포나 먹이를 먹어가며 덩치를 불리다 보면 당신의 귀여운 세포는 '뇌'를 갖게 될 겁니다. '다리'와 함께...
2. 앞줄의 초록이를 포함한 허리가 구부정한 파랑이, 빨강이 : 괴상한 외계인 같죠? 하지만 물 위로 올라온 크리쳐, 즉 '세포였던 것'을 대를 이어가며(물론 그 크리쳐의 세대..^^) 유전자 변형시키다 보면, 저 표지처럼 화려한 크리쳐를 못 만들어서 안달이 나실 겁니다! 게다가 육지 위로 올라온 크리쳐들은 우호 관계, 적대 관계 개념이 있기 때문에 항상 사교활동과 전투에 임할 준비가 돼있어야 하죠. 지구의 공룡시대 쯤에 비유할 수 있겠군요.
3. 앞줄의 파랭이, 뒷줄의 메이스를 든 주황이, 중앙의 새침한 치마입은 보라돌이 : 당신이 혼신의 물어뜯기와 독 분사로 주도적으로 다른 종을 쓸어버리거나, 다종족 대통합을 이루어내거나를 반복하다 보면 수만년간의 경험의 축적에서 비롯된 '지능 확장' '뇌 확대'가 여러분의 크리쳐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부족과 추장 개념이 생겨나는 거죠. 게임 장르가 순식간에 식량 자원을 활용하는 RTS로 바뀌어 버립니다. 전략을 갖고 아직 진화 못한 우매한 크리쳐를 길들이고, 다른 종족 부족과 선물로 동맹을 맺거나 또 그냥 간단하게 멸망시키세요. 단 투창과 도끼로 그들의 움막까지 철거시켜야 됩니다.
4. 배경 중앙의 솟아나는 도시, 좌측 배경의 자동차 : 여러 부족들과 우호관계를 맺었거나 부족장의 유골을 전리품으로 취했다면, 부족원들은 이제 사회 시스템과 경제적 관념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그 행성위에 아무 종도 그정도의 지능을 가질 수 없다는 얘기죠. 만물의 영장이 된 겁니다. 행성 곳곳에 퍼져나간 당신의 크리쳐들은 시청, 공장, 오락시설이 있고 포탑으로 방어되는 도시를 세우고 있을 겁니다. 천연 자원을 독점해서 그걸 자동차로 수송하여 다른 도시와 무역을 하고, 경제적으로 지배해서 매수하거나 경건한 종교 교리를 전도해서 정신적으로 지배하거나 '군사적'으로 지배하세요. 그리고 이쯤 되면 스포어가 블록버스터라는 것, 즉 엠비언트 아티스트인 브라이언 이노가 음악을 맡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실 겁니다...
5. 뒷줄의 '장비 달린' 외눈이, 날라다니는 배경 우주선, 행성 : 1인칭 시점 스타크래프트-스타워즈 시...작... 지금까지 생물을 편집해왔는데 우주선을 어떻게 만드느냐고요? 그냥 만드세요! 만드는 창 드립니다! 아까 4번에서 자동차도 건물도 다 만든라면....아니 다 직접 만들 수 있는 겁니다! 다 만드셨으면 이제 열심히 행성-항성 간을 날아다니시면 됩니다. 아마 전 단계까지 벗어나지 못했던 고향 행성이 갑자기 눈곱만하게 보이고, 다른 행성들(심지어 똑같이 우주선을 부리고 행성간 무역로까지 요구하는 다른 크리쳐가 지배하는)을 질리도록 여행다니고, 점령하고, 척박한 기후를 온난하게 개척하게 되실 겁니다.
쓰고 보니 무슨 해외 번역판처럼 써놨네...ㅋㅋ
사실 2008년 출시된, 아주 고인물 게임입니다. (가지마세요 ㅠㅠ 겁.나 재.밌.습.니.다?) 노트북에서도 돌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매일 일과후 하고 앉았죠? 제가 이 게임을 알게 된 계기도, 초등학생 때 외삼촌이 시켜준 스포어가 십년이 넘도록 '브금까지' 생각나서 스팀에서 깔아버린 겁니다.
그리고 이 게임이 진짜 아무도 몰라주는 고인물이 된 이유는 이후 나온 DLC들이 망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창 스포어가 핫했을 2008년~2009년엔 한국어 정보 공유가 활발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사멸... 외국 커뮤니티만 봐도 '10년 전 추억의 게임'정도로만 회상하는 분위기로 명줄을 이어가더군요.
그 말인즉슨 저 혼자만 방구석에서 즐기는 은밀겜이라는 거죠. 망하기엔 아까운 게임성 때문에 끊지도 못하고. 게임성까지 엉망이었다면 출시 초반의 열기는 없었거나 더욱 생명이 짧았을 겁니다.
여튼, 인기가 상당히 식었고 현재진행형인 유저들도 없는 시기이지만 지금 너무 뜨겁게 즐기고 있기에 게임 소개는 이쯤 하고, 스포어와 관련된 여러 게시물들을 올려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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