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글을 깔쌈하게 써보기

머니코드17 2020. 4. 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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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잘 안되는 것.
말하듯이 쓰는 글의 가장 큰 단점이다.
뭐든지 조심하는 성격이었던 난 한 문장을 쓸 때마다 다시 읽어보고, 한 번에 의미파악이 끝내지는지를 점검했다. 그리고 글쓰기에 자습시간을 기꺼이 꼬라박았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건 수능공부와 같은 가치가 있다.' 그런 논리였다.
지금 난 너무 대범해졌다.
삶의 자신감일 수도 있겠지. 그건 내 생활의 난이도를 많이 낮춰주었다. 하지만 글쓰기의 영역에까지 그 대범함이 번져선 안 됐나보다. 글쓰는 사람의 내면은 전쟁터라는 슬픈 진실을 받아들일 차례가 왔다.
할 수 있는 게 글밖에 없고, 평생 글쟁이로 살다 죽을 것이라며 내 가능성을 미리 점친 후 그에 맞게 찔끔찔끔 살아내던 시절엔 커피도 스스로 따라먹지 못했다. 지금 내 행동력은 탁 트인 도로를 골라 내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하면 아무 머니코드를 섞어 대충 신나는 노래를 지을 수 있다. 커피 따위는 '혼자서도 잘마셔요'를 안 논해도 된다.
그런 과도기적 자기효능감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글쓰기 능력을 심드렁하게 여기도록 만들었나 보다.
그러지 말자. 글로만 나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내 옛날 글만을 놓고 "쟤 최전성기는 저때였다"고 감히 말하게 두고 싶지 않다. 다른 많은 것들을 배울 때 그래왔듯, 하루 일과에 쓰이는 노력의 총량에서 원하는 투입구를 향해 좀 더 기울이면 되는 거다. 이후 결과물을 수시로 점검하고, 그 스톡파일을 만족스러워하면서 외부에 조금씩 자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