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공부

전재산 100만원을 모음

머니코드17 2020. 10. 1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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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년배 10중 8이 코웃음칠 소리긴 하다. 부모님한테 정기적으로 받는 용돈 없이 전재산 100만원을 모았다. 사실 90만원인데, 곧 학교 홍보단으로부터 지원금 20만원쯤이 들어올 예정이니 따논 당상이다. 알거지 상태로 전역한 올해 1월부터 9개월만이다. 월에 10만원 정도 세이브한 정말 별거 아닌 행적이다. (군적금은 만기 후 따로 예금함)

 

뭐 그냥 남들에게 떠벌리고 다닐 일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기분이 좋아서 써본다. 

 

통장 거래내역을 보니 불과 8월까지만 해도 30만원과 20만원대를 왔다리갔다리하고 있었다. 5월에는 심지어 5만원이 있으네 마네 하고 있었다. 


- 알바든 홍보단이든 월 20만원 이상 작게라도 메인버스=돈 공급줄을 개설해놨다. 아마 6월 전까지 알바를 시작하지 않아서 쭉 알거지여왔을 거다.

 

- 그 메인버스로 평균 월 30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월에 20~30을 소비한다면 알거지를 면치 못했을 거다. 그래서 지출을 줄였다.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맸다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내 돈을 꺼내야 하는 생활패턴을 최소화했다.

  • 끼니는 다 집에서 먹었다. 배달음식은 애초에 집에서 용납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좋~은 가풍이다. 요리실력 늘어서 좋다.

  • 어차피 감도 떨어진 동네친구들이랑 하릴없이 술 마시는 자리는 다신 안 나갔다. 정 만나서 수다 떨고 싶으면 1명씩 불러다가 미리 물색해둔 저렴한 카페에서 음료 한 잔 했다. 1명씩 부르는 이유는 2차 갈 분위기가 안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낮시간이면 걔도 곧 일정이 있으니까 더더욱. 초기엔 밤에 편의점 캔맥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렸는데 세상 돌아가는 얘기하는건 똑같아서 곧 적응했다. 오랜만에 만날수록 그동안 개인의 데이터가 쌓여 서로의 대화도 알찼다. 뭔 작업을 같이 하는 게 아닌 이상 하도 만나대서 마주보고 폰하게 되는 상황을 이제 난 극혐한다.

  • 이정도면 현질겜과 피시방에서의 롤을 하지 않는 내 성향에도 박수치는 시간을 가져야할 것 같다.

  • 매달 나가는 '나' 유지비도 최소한으로 줄일 궁리를 했다. 핸드폰 요금 33000원에서 24000원으로 줄이고(알뜰폰 하고싶은데 어쩌다 결국 못했다) 가족 데이터박스로 땜빵하고 넷플릭스 무료체험 없어지면 안 보고 등등. 음악 스트리밍은 해외노래를 많이 듣는지라 어쩔수 없이 애플뮤직에 월 8달러.

  • 최종 지출을 줄이려고 유지비를 하나 더 만드는 수법도 썼다. 커피가 마려우면 동네 카페의 단골이 될 생각하지 않고 매월 이달의반값 원두를 7000원 주고 사서 1달 동안 갈아마셨다.

  • 교통비 쓰고 나가서 시내나 타지역에서 집적댈 일은 코로나가 없애주었다. also 문화비... 여친이 없으니 그 흔한 영화비도 나가질 않네

  • 7월부터는 지출장부를 엑셀에 기록했다. 간단하게 합계 내주는 함수만 한 칸에 뚫어놓았다. 단 하드코어하게 수입을 안 쓰고, 오직 나의 '죄'인 지출만 기록했다. 수입이 없다 생각하고 배수진을 치는 게 나에겐 더 좋았다. 3만원 쓰고 5만원이 채워지면 2만원이 아닌 그 이상이 있다는 생각에 4만원을 더 써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되는대로 줄이는 것 같아도 친구 한 번 만나서 밥 같이 먹고 폰요금 내면 훅훅 늘어나는 마법을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밖에서 돈쓰고 집에서 쳐넣는 기록은 까먹기 딱 좋아서 웬만하면 결제내역이 남는 카드를 쓴다. 월말에 보고 한번에 쳐넣으면 되니까 ㅋㅋ

 

  • 역행하는 말이지만 생일축하비, 가족을 위한 비는 딱히 아끼지 않았다. 오히려 쓸 거면 더 썼다. 그런 건 미래의 기회 내지 자산을 만들어나가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 당근마켓에서 물건 3개를 팔면 0.5개를 샀다. 필요한 물건이 안 나타나면 안 사서 0.5개인 것이다. 내가 파는 물건들도 만원도 안하는 허섭스레기 같은 것들이고. 당근마켓은 이따금씩 4천원~5천원 정도의 자잘한 돈을 공급해주는데 이것도 생략하지 않고 모으면 통장잔고 자릿수를 바꿔주기도 한다. 5천원이 열번 모이면 5만원~~

  • 운동은 헬스장 회원권을 너무나도 끊고 싶었으나 왠지 코로나 최전선일거 같아서 어쩔수없이 집앞 놀이터 철봉에서 맨몸운동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나같이 머리큰 사람은 벌크업이 필요한데 울며 겨자먹기로 얍상한 마른근육의 아이돌 몸매가 만들어지고 있다. 

    • 프로틴.... 중요한 문제인데 그냥 하루에 계란 3개 먹기 유지하는 걸로 버티고 있다. ㅠㅠ 프로틴 진짜 너무 비싸다. 공원에서 하는 맨몸운동이 그렇게 근육을 찢어발기는 강도의 운동이지도 않는거 같고...
  • 집에 빌붙어 사는 대학생으로서 같이 사는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마트 장보기, 요리하는 동시에 빨래하기, 화장실청소, 동생 대학원서 써주기 등 집안일도 많이 도와준다. 괜히 싸우면 '나 혼자 해결해야하는' 상황이 여러 번 찾아오고 그건 지출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사이가 좋으면 선심성 일회적 용돈이나 물품공급도 여러 번 주곤 한다. 염치없던지 ㅋ 폰요금부터 시작해서 점점 혼자 힘으로 가족부담금을 늘려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 장학금은 남들은 전공에서 A 맞은거 있다고 40만원씩 잘만 퍼주던데 내 대학교는 애초에 등록금이 싸서 그런가 웬만한 범재는 1푼도 안 주더라. 그래도 타도록 노력은 해야겠지

 

- 10만원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시작할 때야 가치투자라고~ 우량주 적금넣듯이 한다고~ 명분을 세웠지만 1~2주 사고 샀다는 사실을 까먹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정말 주식계좌에 '넣어둔 돈'이 되어버렸다. 거기 있는 30만원 가량까지 합치면 130만원이 되겠네...ㅋㅋ 오르면 5000원 벌고 잃으면 2000원 잃으니 주식 한다는 생각도 안 든다. 그나저나 주식 처음 시작하기 드럽게 어렵다. 뭐 깔고 계좌만들고 범용 공인인증서 만들고.. 중간에 공인인증서 들어있는 폰도 망가져서 통째로 버리고 재등록하느라 몇 달을 '까먹은 상태로 있었다'

 

- 현재 다니는 독서실 총무 알바를 짤리고('타의로'짤린다는 게 중요하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과외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나 더 많은 수익을 얻을 궁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돈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의 자본구입을 위해서는 지출을 한다. 책값....ㅋㅋ 근데 요즘 학교공부에 신나게 치여 책값이 똥값이 되려 하고 있다. 그래도 다시 붙잡으면 똥값이 안되겠지? ^^

 

- 기분이 나쁘면 기분전환한다고 비싸고 맛좋은 핫플을 찾지 말고, 내 자신에게 위로의 선물을 하지도 말고, 그저 통장 잔고가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쁨을 느꼈다. 이렇게 되려면 돈을 좋아하는 성향을 더 강화시켜야 할 것 같다.

 

- 그래도 언젠가 곧 전역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적한 곳으로 떠나는 국내여행에 10만원 정도 써볼 생각은 하고 있다. 아끼는 중 여행은 당근이라고들 하니까. 당근 맞는 것 같다.

 

- 사고 싶은 물건은 애써 지정하지 않으려 한다. 100만원짜리 아이패드를 예로 들면 그 목표를 '아이패드를 위해.. 아이패드를 위해..'계속 생각했다가 100만원이 모아지는 순간 객관적으로 정말 필요한 상황인지에 상관없이 아이패드를 사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60만원짜리 에피폰 세미할로우 기타, 13만원짜리 로맨틱무브 첼시부츠 생각이 아직까진 그렇게 간절하게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