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공부

졸업시험 자료를 받음

머니코드17 2020. 10. 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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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이유로 한 학기를 앞서 다니고 있는 동기에게 졸업시험 관련 자료와 교육학 단권화를 받았다. 그는 졸업시험과 '온라인'실습 언저리에 있었는데 마침 졸업시험 얘기가 나왔고, "아 맞다 줄게!"라는 그의 말과 함께 수많은 자료들이 다운로드 폴더로 들어왔다.

 

그 자리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친구에게 한없는 감사를 표하면서 동시에 파일을 열어 훑어봤다. 2008년산의 오래된 자료와 나도 아는 한 학번 형이 군대도 안 가고 스트레이트로 초수 합격하며 공유한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잠시 훑어보기만 했는데 그 자리에서 이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이해도가 20%에서 80%까지 증가했다. 지금껏 졸시를 3학년에 칠때쯤 되면 웬만큼 전공내용이 머릿속에 담겨진 상태가 되어 있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언제일지 감이 안 잡혀 '스멀스멀' 그 상태가 되려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나도 쓰면서 헷갈리는데, '완벽한 졸시생의 상태'와 '노는 저학년 상태'의 경계가 흐릿했었다. 결국 하루의 반은 전공을 하루빨리 습득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전공책을 미리 사서 씹어먹어야 한다는 강박에 전전긍긍했고, 반은 그런 생각에 지쳐 저학년처럼 무기한 휴식을 취하는 나날을 반복했다. 2020년의 대부분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러나 그날 받은 자료가 학부 공부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견적서가 되어주었다. '이만큼만 공부하면 된다.'를 알려주었다. 순전히 그런 견적서가 없었기 때문에 '전공 미리공부'의 갈피를 못 잡았던 것 같다. 목적지를 모르고 구보를 뛰는 것처럼. 수강중인 강의의 시험이 소강상태가 될 때마다 받은 자료들을 중심으로 공부하며, 업로드할 계획이다. 자료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 휘발성이 높은 머리에 저장할 순 없으니 컴퓨터 세계에 저장하는 것이 이제 내 임무이다. 다시말해 꺼내쓰기 쉬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것이다.

 

이렇듯 내 계획은 정제되었다. 뭘 할지의 윤곽선이 뚜렷해지니 그 밖의 시간은 온전히 나의 휴식과 경험쌓기에 몰입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다. 마치 군생활 때처럼. 놀 때는 놀 생각만 했고 일할 땐 일할 생각만 했다. 그런 기억은 지금도 가치있었다고 생각되는 경험으로 종종 떠오르는 반면, 몸으로는 야식 먹고 놀면서 머리로는 실현되지 않은 계획을 생각하며 머릴 싸맸던 시절 성취했던 족적은 누가 상기시켜주지 않는 이상 기억이 나질 않고 내 자산으로 써먹을 수가 없다.

 

딱 한 가지 내가 이해했지만 애써 안 그런 척하려는 사실이 있는데 꽤 많은 일이 독고다이로 할 때보다 별 거 아니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