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어른들은 여러가지 환상을 주입해주었고 나는 한술 더 떠서 좀더 큰 후에도 그 환상이 이루어질거라 믿었다. 태권도 3단까지는 아무나 따는거고 4단까지 따면 남들이 쉽게 못 건드린다든가, 고전독서 동아리에 들어가면 근사한 발표회와 가능성 있는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든가, 고등학생 때 소수 친구팸이랑 붙어다니기 바빠 수학여행에서 제대로 못 즐긴 에버랜드는 사실 무한한 쾌락의 장소라든가. 시간이 흘러 억지로 억지로 그 약속을 피상적으로 지켜나갔고 에버랜드는 졸업 후 남정네들끼리 3번씩이나 갔지만 남는 건 보상 없는 외상과 "겨우 해치웠네"라는 해방감이었다. 허탈이라는 톱밥이 50%이상 섞인. 왜 나 자신과의 약속들을 지켰는데도 공허를 못 채우는지, 약속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아봤다. 다 어릴적 환상에 기반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