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적인 세계로의 도피'는 나의 초중고 생활 초반을 잘 설명한다. 아동시절 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공상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일진이나 대회에 참가시키기 위해 의사를 무시하고 귓방망이를 잡고 끌고 가는 교사의 존재도 공상세계 도피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던 것 같다. 공부만 잘 하면 무시당하지 않을 거라고 작전을 세운 뒤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는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없는 환경에서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만화가/애니메이터가 꿈이었다. 겨우 사귄 비슷하게 얌전한 친구들에게 내가 당시 구상하던 세계관을 강요하기도 했다. 수학여행지에서까지 그런 공상을 하느라 누리지 못한 학교생활의 여러가지 추억에 박탈감을 종종 갖기도 한다. 지금 나는 현실에서의 성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