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부 장래희망란을 3년 모두 ‘국어교사’로 줄 세우는 일은 나에게 무거운 의미가 있었다. 적응하지 못하고 떠돌던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에게 내 의지를 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자국어로 명석하게 사고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만이 내가 생각한 미래였기 때문에, 내 앞에 서게 되는 여러 국어교사들과 실습생들의 강의식 수업을 ‘나라면 어떻게 국어 수업을 할까?’란 시각으로 관전했다. 좋은 느낌을 주는 수업은 교사 개인의 ‘썰 풀기 능력’에 기반해 흐름을 타는 수업이 대다수였고(주로 문학이 그랬다), 권위주의 수업의 병폐가 한꺼번에 농축된 악몽 같은 수업도 있었다(한 문법 수업이 그랬다). 이루고 싶은 국어수업의 모습에 대해선 별 아이디어가 없는 채로 졸업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