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90%가 좋아하고 한다는 축구는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가뜩이나 감성적이었던 성격에 보수적인 명문고 기숙사 생활에서부터 군대스리가를 주입당한 결과다. 운동은 안 해도 어떻게든 살아질 것이라는 인생관은 더욱 절망적으로 변했다. '평생 스포츠와 담 쌓고, 체육 시간엔 절대 땀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명문고의 학풍에서 소외된 체육선생의 방임형 수업은 그런 내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했다. 내 기본 체형 자체가 과체중에서 자연스레 돌아온 보통 체형이기도 했다. 많이 먹으면 찌고, 적게 먹거나 좀 많이 걸은 날이면 빠지고. 비만이 되지 않는 것만이 내 운동이었다. 상의 사이즈가 100에서 95가 됐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나는 나의 왜소함이 자랑스러워지기까지 했다. 나 여자였나..? 나의 마름을 ..